금이 간 찻잔

by정성균

마음의 손길


매일 아침상을 마주하고 저녁이면 퇴근길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배우자의 숨소리를, 우리는 어느새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반려자 역시 내 뜻대로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내 기준대로 상대를 판단하고 대하기 시작할 때, 둘 사이에는 오해와 서운함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합니다. 던진 거친 언사, 시선을 피하며 굳어지는 표정, 부르는 말에 답하지 않는 태도는 상대에게 아픔을 남깁니다. 이런 날이면 밤마다 이부자리 위에서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마주 앉아 다정하게 속마음을 나누는 일에 서툰 탓입니다. 내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아픔이 될지 모른 채 대하다가, 결국 돌아서서 한숨을 쉬게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투나 눈빛 하나에 먼저 실망하고 다칩니다. 길에서 만난 낯선 이의 무심함은 넘기면서도, 곁에 있는 사람의 탄식이나 닫힌 방문 소리에는 밤새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한 집에서 아침상을 마주하고 저녁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족일수록 이런 어긋남은 자주 생겨납니다. 가까운 사이라는 생각이 도리어 상대의 고단함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넘겼을 눈빛이나 짧은 대답 하나가 가슴에 얹히고, 서운함은 서로를 가로막는 조건이 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먼저 말을 건네기보다 방 문을 닫고 들어가는 쪽을 택하곤 합니다.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채 주기를 바라며 차가운 표정을 짓거나 입을 닫아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입을 다물어버리면 문제는 풀리지 않은 채 서로의 거리만 멀어질 뿐입니다. 불 꺼진 방에 혼자 누워 있으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먼저 꺼내지 못하는 고집 때문에, 소중한 이와의 거리를 스스로 벌려나가는 셈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다가가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고, 떨어져 있으면 소원해지고 맙니다. 그래서 욕심보다는 상대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태도가 먼저 필요합니다. 밖에서는 친절한 태도를 취하면서, 정작 집으로 돌아와 아껴야 할 이들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지고 돌아서는 날이 있습니다.


찬장 속의 기억, 외할머니의 찻잔


어린 시절, 외할머니 시골집 대청마루에는 오동나무 찬장이 있었습니다. 미닫이문을 열 때마다 소리가 나던 그 선반에는 외할머니가 모아 온 사기그릇과 찻잔들이 놓여 있었지요.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붙잡았던 것은, 빛바랜 옥빛을 띤 구운 찻잔이었습니다. 입술이 닿는 테두리를 따라 갈색 실금이 길게 나 있었지요. 어린 눈에도 그 선은 버려야 할 흠이라기보다 견딘 자국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 잔을, 외할머니는 찬장 자리에 가만히 얹어두셨습니다. 반가운 이가 찾아오거나 이웃이 마당을 들어설 때면, 외할머니는 무쇠솥에 물을 끓여 그것을 씻어 차를 내놓으시곤 했습니다.


잔을 씻는 손놀림은 느렸습니다.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을 때도 외할머니는 실금이 난 자리를 피해 가지 않으셨지요. 오히려 그 손끝을 한 번 더 머물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할머니가 깨진 잔이 아까워서 저러시는 것인지, 잔과 함께 보낸 시간을 생각하시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외할머니의 시골집은 고요했고,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당 구석에서 풀잎 흔들리는 소리까지 다 들리곤 했습니다. 문을 열 때마다 나던 나무의 삐걱임은 어린 나에게 익숙한 소리였습니다. 할머니는 그것들을 찬장에서 꺼낼 때마다 항상 조심스러운 손길로 잔의 표면을 어루만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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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바카라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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