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살아가는 사람과 기대어 사는 사람의 차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식물은 햇빛과 흙에서 영양분을 얻고, 동물은 다른 생물을 섭취하며 숨을 쉽니다. 과학에서는 이를 외부 세계와 물질, 그리고 에너지를 주고받는 '열린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사는 인간 슬롯도 이와 똑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슬롯라는 큰 순환체계 속에서 사람들이 자원과 가치를 다루는 방식은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자신이 가진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새로운 유용성을 만들어내려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 이미 이룩한 결과물에 슬쩍 올라타 그것을 자기 쪽으로 당기려는 흐름입니다.
실제 인간은 한 가지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평생 동안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역할과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역할, 즉 자립과 의존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품은 채 살아갑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완벽하게 홀로 살아남는 인간은 없습니다. 삶의 특정 시기나 특정한 관계 속에서는 누구나 타인의 노력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의존이라는 일시적인 상태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그 상태를 디딤돌 삼아 다시 내 힘을 기르느냐, 아니면 그것을 평생의 생존 전략으로 굳혀버리느냐에 있습니다. 이 선택에 따라 삶의 오랜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의존은 처음에는 아주 편안한 휴식처처럼 다가옵니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는 것은 언제나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우리 몸과 마음의 근육은 서서히 힘을 잃고 맙니다. 안락함을 얻는 대신, 내 삶의 운전대를 슬그머니 남에게 넘겨주게 되는 꼴입니다. 부모의 경제력 뒤에 숨어 홀로서기를 미루는 청년의 일상이나, 온라인 게임 조직의 그늘 밑에서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은 채 입을 닫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때부터 삶은 미묘하게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늘 정체 모를 불안감이 고여 있습니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지 결정하는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까지 모든 선택권을 남의 손에 쥐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부모 명의로 된 카드로 친구들에게 호기롭게 밥값을 계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뜬 고지서 한 장 내본 적 없는 서른 살의 밤은 생각보다 고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오래 기대어 살수록 점점 더 쉽게 무너집니다.
처음에 우연히 선택한 편한 길이 나중에는 나쁜 버릇이 되어 온몸을 옭아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취가 발걸음을 붙잡아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현상입니다. 인간의 삶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평생 단 한 번도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보지 못한 채 나이를 먹습니다. 인간 존재는 자신이 늘 하던 행동 방식을 따라 서서히 변해갑니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모여 한 사람의 성격과 인생의 경로를 만듭니다.
자기 삶을 남에게 오랫동안 맡겨둔 사람의 눈빛에는 특유의 망설임과 머뭇거림이 서려 있습니다. 내 힘으로 세상과 직접 부딪쳐본 적이 없다는 근원적인 무력감이 마음 바닥에 깊게 깔리는 까닭입니다.
오래 기대어 산 사람의 불안은 가난에서 오지 않습니다. 자기 힘으로 살아본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서 오기 마련입니다.
내 자원을 투자해 어떤 결실을 스스로 이루어낸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성과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습니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지도를 머릿속에 넣게 되는 것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집중하는 시간을 견디며, 실패했을 때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머리와 몸에 뚜렷한 기억을 남깁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단단한 감각은 외부 환경이 갑자기 바뀌거나 주변 사람들이 차가운 눈초리를 보낸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진짜 자기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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