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기 힘든 일은 상황을 다루는 자세를 점검하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정답을 환히 알고 있음에도 도무지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답답한 날이 찾아오곤 합니다. 분명히 배웠던 내용이고 머릿속에 지식은 가득하지만, 정작 종이 위에는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할 만큼 손끝이 무거워지는 때 말입니다. 익숙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낯선 세상에 떨어진 것처럼 방향을 잃거나, 늘 마주하던 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멈춤은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거의 다 왔다고 믿는 순간, 마지막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이 경험은 아이와 전문가 모두에게 나타납니다. 보통 뾰족한 수가 없다고 잘라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기 쉽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답은 눈앞에 있는데 잡히지 않아 마음만 조급해지고 시야가 좁아집니다.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로 세상에 나가는 문이 사라진 것일까요. 하나의 방식에만 매달리며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해답이라고 믿는 단 하나의 문으로만 들어가려고 고집하느라, 바로 옆에 활짝 열려 있는 창문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뚫고 나갈 길은 갈등을 바라보는 자세 안에 이미 숨어 있습니다.
문제는 변한 적이 없으며, 우리가 보는 방향만 고정되어 있었을 뿐입니다.
어느 화창한 날, 마을 뒷산의 고요한 외길로 이어진 언덕을 오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얼마나 또렷하고 맑을지 기대하며 가벼운 첫발을 뗐습니다. 처음에는 땅바닥이 아주 완만해서 산바카라을 즐기듯 걷기 좋았으나, 시간이 흐르자 경사가 가팔라졌고 가슴 깊은 곳까지 가쁜 숨이 차올랐습니다. 몸의 한계를 느끼며 걷는 속도를 줄여야만 했습니다. 길가에 핀 하얀 들꽃을 보며 호흡을 고르기도 했고,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준 시원한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멈추고 다시 걷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평소보다 훨씬 평화롭고 깨끗했습니다.
다음 날, 어제와 똑같은 길을 반대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전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월했습니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움직임은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문득 기묘한 느낌이 정신을 사로잡았습니다. 어제 올라올 때와 정확히 똑같은 자리를 밟고 있는데, 마주하는 모든 풍경이 마치 처음 보는 세상처럼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앞만 주시하며 위를 향해 힘들게 걸었지만, 오늘은 아래를 보며 여유롭게 걷고 있었습니다. 전날은 발끝을 조심하며 경계했던 돌덩이가 오늘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조약돌로 보였습니다. 어제 쉬어갔던 나무 앞에서 다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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