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이 삶의 무늬가 됩니다]

by정성균

인생을 되짚어보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거센 풍랑 같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면 포말처럼 흩어지지만, 그 순간 무엇을 보았다고 믿었는지에 대한 해석은 앙금처럼 남습니다. 사실은 잠시 머물다 흘러가지만, 그 형상이 머물다 간 자리에 새겨진 의미는 삶의 질감을 결정하는 견고한 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삶의 균열


인생은 공들여 그려둔 설계도대로만 펼쳐지지 않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일정이 갑작스러운 폭우로 어긋나고, 무심코 던져진 한마디에 마음이 깊게 패이는 일은 늘 예고 없이 당도합니다.


길 건너편에서 분명 눈이 마주친 듯했습니다. 찰나의 순간, 서로의 눈길이 엉켰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상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무심한 얼굴로 스쳐 지나가 버립니다.


발걸음이 멈추고,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가 뒤로 돌아갑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방금의 장면을 몇 번이고 되감기 합니다. 정말 나를 본 것이 맞을까, 아니면 혼자만의 간절함이 빚어낸 환상이었을까. 확인하고 싶지만 마음은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합니다. 어느새 결론은 비극적인 방향으로 먼저 내려져 있습니다. '외면당했다'는 서운함이 조용히 스며들고, 가슴 한쪽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괴로움은 이처럼 벌어진 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의 저항에서 시작됩니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대답 없는 벽과 같습니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유일한 용기는, 그 벽에 어떤 색의 그림을 그려 넣을지 스스로 선택하는 일뿐입니다.


사실과 관점 사이의 거리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는 숫자와 같습니다. 새벽과 함께 주어지는 날씨처럼, 타인의 반응이나 주변 환경은 의지의 영역 밖에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섭리이며, 약속이 어긋난 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뿐입니다. 상황은 종료되었고, 세상은 누구에게도 보상을 빚지지 않습니다.


현상 자체에는 지향점이 없습니다. 다만 기대와 어긋나는 순간, 우리는 그 위에 '불운'이나 '실패'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이 늦어질 때, 주방의 태만을 질타하며 격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정성을 들이느라 늦어지는 모양이라며 바카라을 펴는 이도 있습니다. 조리 시간이라는 물리적 지표는 동일해도, 그 구간을 통과하는 두 사람의 시간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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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바카라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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