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 꽃, 돌 틈에 새긴 노란 문장

by정성균

틈새의 실존


무채색 공장들이 시야를 가로막은 공단의 입구였다. 낡은 담벼락 아래, 사람들의 눈이 오래 머물지 않는 구석에서 작은 생명 하나가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름도 소박한 괭이밥. 그 존재가 몸을 붙이고 있는 곳은 기름진 흙이 아니었다. 차가운 돌들이 비좁게 맞물린 틈, 먼지와 모래가 엉겨 겨우 얇은 막을 이루고 있는 자리. 발길에 쉽게 스치고, 시선에는 좀처럼 붙들리지 않는 높이였다. 생명이 뿌리내리기에 너그러운 환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그 가녀린 것은 제 몫의 푸름을 잃지 않은 채 그 틈에 머물러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췄다. 거친 돌의 결을 밀어내듯 올라온 노란 꽃 하나. 왜 하필 이곳이었을까. 그 물음이 스친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눈앞의 작은 생명에게는 사정을 설명하려는 기색도, 다른 터전을 부러워하는 몸짓도 보이지 않는다. 제게 허락된 바닥을 받아들인 채, 그 위에 하루하루를 포개고 있을 뿐이다. 말보다 오래 남는 태도. 그 생은 설명 없이도 그 자리에 드러나 있었다.


순응의 품격


가까이 들여다본다. 괭이밥은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었다. 햇살이 스며들면 세 갈래 잎을 펼쳐 빛을 받아들이고, 저녁 그림자가 길어지면 망설임 없이 몸을 접는다. 들뜸도 없고, 주저함도 없다. 제 차례가 오면 열리고, 물러설 때가 되면 닫힌다. 그 단정한 반복. 이상하리만큼 곧다.


비바람이 스치는 날에도 거칠게 맞서지 않는다. 몸을 더 낮추고, 지나가는 시간을 견딘다. 흔들리지만 꺾이지는 않는다. 밀려오는 것에 힘을 쓰지 않고, 지나갈 것은 붙잡지 않은 채 제 몫의 순간을 통과해 나간다. 그 고요한 태도 속에 숨어 있는 것—버팀. 소리 없는 인내가 어떤 얼굴을 지니는지, 그 작은 풀잎이 먼저 보여주고 있었다.


몸을 더 낮추자 손끝이 바닥에 닿는다. 낮 동안 돌이 머금은 온기가 아직 남아 있다. 앞을 막는다고만 여겼던 단단한 것들. 밤이 되면 여린 뿌리를 감싸는 울타리가 된다. 뜨거웠던 빛을 오래 붙들고 있다가, 서늘해진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나누어 주는 방식.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어지는 보살핌이 있었다. 말없이 버티고 서 있던 돌들이 그 아래를 덥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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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바카라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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