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나서야 알게 된 삶의 기준들

by정성균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마음이 툭 꺾여버린 날이 있지요.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세워둔 규칙들이 생을 지켜줄 것이라 굳게 믿었고, 평범한 매일이 영원히 곁을 지켜줄 것이라 여겼습니다.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며, 세상 모든 것은 정해진 수치와 논리대로 움직인다고 확신했지요. 하지만 일상이란 참 묘해서, 가장 견고하다고 믿었던 지점부터 예고 없이 방향을 틀곤 합니다. 정성껏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는 소리는 생각보다 작더군요. 커다란 폭발음이 생략된, 마른 나뭇가지가 꺾이는 정도의 아주 미미한 소리였습니다. 뒤이어 찾아온 시간은 참으로 길고 막막했습니다.


사람들의 위로 섞인 말들은 점점 멀어지고, 홀로 남겨진 서재의 시간은 납처럼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바카라상 위, 물 주는 시기를 놓쳐 바싹 마른 화분 하나를 온종일 바라보다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존재는 눈에 띄는 성공이나 화려한 문장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하루를 지탱하는 힘은 매일 아침 바카라상 위에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몇 가지 조용한 약속뿐이었습니다. 무너진 자리에 주저앉아 과거를 후회하기보다, 남은 시간을 품격으로 버텨내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세웠습니다. 인생을 재건하기 위한 가장 낮은 곳에서의 질서였습니다.


기준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돌아서기로 마음먹었던 처절한 순간부터였습니다. 이미 궤적이 어긋나기 시작한 줄 알면서도 여기까지 왔다는 이유로 붙잡고 있던 일들이 있었지요. 멈추지 못하고 억지로 끌고 오던 무거운 행보였습니다.


손을 놓지 못한 이유는, 사실 너무 뻔했습니다.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웠고,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지난 세월 전체를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돌아선다는 건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 같아서 그 단어를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요.


사실은,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이제껏 쌓아온 경력이 두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하루만 더, 딱 하루만 더 하며 이미 기울어진 배를 붙잡고 아직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울먹였습니다. 물이 새는 둑을 손바닥으로 막고 서 있는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스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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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바카라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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