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화 삶과 죽음의 기묘한 경계,갠지스

종교의 효험

by최경열

1983년의 인도, 캘커타 항을 떠나기 전 마주한 그곳의 마지막 풍경은 '믿음'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블랙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종교는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의학이자 과학, 그리고 삶 그 자체였습니다.


삶과 죽음의 기묘한 경계, 갠지스

강가로 다시 향했을 때, 모래톱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하얀 물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그저 파도에 씻겨 온 조개껍데기나 나뭇가지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세월에 마모된 '뼈'들이었습니다. 짐승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조차 구별되지 않는 그 잔해들 사이로, 아직 살점이 붙은 뼈마디를 입에 문 강아지들이 천연덕스럽게 꼬리를 흔들며 지나갔습니다.

힌두교의 수천 년 관습은 엄격하고도 기괴했습니다. 뱀에 물려 죽은 자, 14세 미만의 어린아이, 그리고 새 생명을 품은 임신한 여인은 불길에 태우지 않습니다. 그들은 커다란 돌에 묶여 차가운 강물 속으로 수장(水葬)되었습니다.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내려온 이 물이 모든 죄를 씻어내고 병을 낫게 하는 '생명수'이자 '청정 약수'라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입니다.

실제로 본 갠지스강의 오염도는 처참했습니다. 타 종교인이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간 그 자리에서 병원으로 실려 갈 만큼 독한 물이었지만, 인도인들은 그 물로 몸을 씻고 태연히 목욕을 즐겼습니다. 그것이 수천 년간 쌓인 면역력인지, 아니면 정말 신이 내린 효험인지 알 길은 없었으나, 그들의 눈빛만큼은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향신료와 거지의 논리

인도의 음식은 그 믿음만큼이나 강렬했습니다. 유럽이 왜 그토록 이 땅의 향신료에 미쳤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수백 종의 향신료는 부패를 막는 천연 방부제였고, 청양고추보다 10배는 더 매운 불맛은 식중독을 예방하는 처방전이었습니다. 인도인들이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견디는 비결은 아마도 이 강렬한 향신료와 믿음의 합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의 거지들은 또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구걸하는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떼인 돈을 받으러 온 채권자처럼 당당했습니다.

"내가 너에게 복을 지을 기회를 주니, 너는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

Gemini_Generated_Image_6ojr9u6ojr9u6ojr.png

윤회 사상에 기반한 그들의 기적 같은 논리 앞에서 나는 넋을 잃었습니다. 호주머니를 뒤져 간디가 그려진 1루피짜리를 건네자, 순식간에 탁발 행렬처럼 거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순식간에 1,000루피(당시 가치로 만 원)가 털렸지만, 소매치기나 건달에게 뺏긴 게 아니라 '복을 샀다'고 자위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바나나의 유혹과 링링의 전보

인도는 맛의 신세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구경조차 힘들었던 바나나. 원숭이나 먹는 과일인 줄 알았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달콤한 향기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인도인들에게 바나나는 주식(主食)이었습니다. 튀기고, 삶고, 죽을 끓여 먹는 그 요술 같은 과일을 단돈 100루피에 한 포대 가득 짊어지고 배로 돌아왔습니다.

부모님께 이 맛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선배 2기사의 조언을 얻어 바나나 껍질을 벗겨 갑판에서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곶감처럼 쫄깃해질 바나나를 상상하며 내 가슴도 함께 익어갔습니다.

그때, 통신실을 통해 링링의 짧은 전보가 날아왔습니다. "다음 기항지 ETA(도착 예정 날짜)를 알려주세요." 그녀가 방콕으로 오려는 걸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우리 '장보고호'는 캘커타 항구가 떠나갈 듯 우렁찬 기적 소리를 내뿜으며 인도의 비릿한 연기를 뒤로하고 출항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태국 방콕. 그리움이 파도를 타고 뱃머리를 때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