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해적 비즈니스의 민낯

소말리아, 재앙으 종합세트

by최경열

소말리아 바다에서 무법천지의 해적이 기승을 부릴 때, 육지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습니다. 1991년부터 시작된 기나긴 가뭄은 대기근으로 이어져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당시 인구의 절반인 450만 명이 아사 직전에 몰렸고, 사막에는 주인 없는 시신들이 뒹굴었습니다. 부족 간의 끊임없는 내전, 근접 국가와의 전쟁, 독재 정권, 그리고 IMF 국가부도 사태까지... 그야말로 '재앙의 종합세트'였습니다. 오죽하면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해적'이 되었을까요?


병 주고 약 주는 강대국의 그림자

세계 각국에서 구호 물자를 보냈지만, 이마저도 독재 정권이 중간에서 약탈했습니다. UN 평화유지군이 투입되었으나 약탈자와의 전쟁은 끝이 없었습니다. 미국 특수부대마저 게릴라군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던 실화는 영화 '블랙호크다운'과 '모가디슈'를 통해 전 세계에 참혹함을 알렸습니다.

사실 아프리카 영토 분쟁의 근본 원인은 강대국들에게 있습니다. 원주민의 생활권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권에 따라 자로 선을 긋듯 국경선을 그려놓고 독립시킨 결과입니다. 한 부족이 반으로 갈라져 총부리를 겨누게 된 비극, 이는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현실과도 닮아있습니다.


해적은 '비즈니스'다: 영국의 이면

해적 문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해적이 날뛸수록 웃는 이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삼호 드림호' 피랍 당시 선원 21명의 몸값으로 100억 원이 지불되었습니다. 이 거대 자금이 모두 해적에게 돌아갔을까요?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선사는 영국에 본사를 둔 해상 보험회사를 찾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개인, 변호사, 컨설턴트, 보안 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자금 세탁을 거쳐 배분되는 과정에 영국의 은행들이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목숨 걸고 배를 탄 해적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20~30%뿐입니다. 수익의 대부분은 앉아서 서류를 만지는 '화이트칼라' 조력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던 셈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정보전

더 기가 막힌 사실은 해적 잡는 특수 훈련을 하는 민간 군사 기업(PMC)에 해적들이 의뢰해 교육을 받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잘 훈련된 13만 명의 군사 조직으로 변모한 소말리아 해적은 무차별적으로 선박을 나포했습니다.

그들은 아무 배나 잡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를 통해 유출된 극비 자료(항로, 화물 종류, 해운사 자금력 등)를 바탕으로 표적을 정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니 백전백승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1년 한 해에만 237건의 해적 피해가 발생했고, 그중 90%가 소말리아 해적의 소행이었습니다.


아덴만의 여명, 그리고 남겨진 숙제

해상 보험료가 40배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휘청이자, 그제야 강대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도 이 소탕 작전에 참여했습니다. 2011년, 우리 해군은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를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 여명 작전'을 펼쳤습니다. 목숨을 걸고 협조했던 석해균 선장님은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선원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 작전 이후 소말리아 해적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얄팍한 구호품보다 중요한 것은 소말리아가 정상적인 국가로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성 있는 지원입니다. 육상과 해상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와, 무너진 국가가 다시 일어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