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아덴만의 늑대들

빼앗긴 바다의 역습

by최경열

"해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이들이 영화 속 애꾸눈 선장이나 낭만적인 모험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처참하고 날것의 생존 투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은 단순한 범죄 집단이기 이전에, 붕괴한 국가와 파괴된 삶의 터전이 만들어낸 괴물들이었습니다.


풍요로운 바다와 굶주린 땅

소말리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독특합니다. 적도에 위치해 강수량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척박한 사막 국가입니다. 주변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예멘처럼 석유가 쏟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하자원 하나 없는 가난한 부족 국가인 소말리아에 하늘이 내린 유일한 축복은 대한민국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덴만(Gulf of Aden)이었습니다.

이 바다는 인도양과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통로였고, 참치와 상어가 넘쳐나는 황금 어장이었습니다. 수도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최대의 무역항으로 활기를 띠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선진국의 민낯: 황금 어장에서 쓰레기장으로

주변 국가들이 산유국으로 부를 축적하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늘어날수록, 소말리아의 불행은 깊어갔습니다. 선진국들의 최첨단 어선들이 몰려와 소말리아 어부들의 생계인 고기를 싹쓸이해 갔기 때문입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전락하자, 관리 주체가 없는 소말리아 앞바다는 유럽의 '해상 쓰레기장'으로 변했습니다. 일반 쓰레기는 물론, 유럽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중금속과 핵 폐기물까지 이 청정 바다에 투기되었습니다. 일부 부족들이 돈을 받고 이를 눈감아주면서, 환경 생태계의 파괴는 가속화되었습니다. 환경을 중시한다던 선진국들의 잔인한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자위대'에서 '해적'으로: 변질된 정의

분노한 어부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정부가 없으니 스스로 해군과 해양경찰 역할을 자처하며 불법 조업과 쓰레기 투기에 항의한 것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는 정당한 '해안 경비대'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항의의 표시로 선박을 나포하기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진국들이 복잡한 절차 대신 '위로금' 명목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건네기 시작한 것입니다. 평생 고기를 잡아도 구경 못 할 큰돈이 가난한 어부들의 손에 들어오자, 바다의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고기를 잡는 것보다 배를 잡는 게 훨씬 돈이 된다."

소문은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어부들은 그물을 버리고 AK-47 소총을 들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무기를 사용하는 폭군으로 변했고, 대상은 어선을 넘어 거대 화물선과 유조선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선원들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극은 하루하루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거대한 사업이 되었습니다.


대 해적 시대의 개막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대 해적 시대'가 열렸습니다. 해적질로 번 돈은 소말리아의 주 수입원이 되었고, 부를 축적한 해적들은 국가의 실세로 군림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가난한 어부가 아닌, 바다 위를 지배하는 '아덴만의 늑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광기는 결국 국제 슬롯의 인내심을 폭발시켰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덴만 여명 작전'을 포함한 전 세계 연합 해군의 강력한 소탕 작전이 시작되는 서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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