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진화론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3

by삐재

사람들은

뒷담화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거의 맞다.

남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남의 이야기를 참 재밋어라 하며 산다.



고해성사에 대해 하시는 신부님의 농담이 있다.

“여러분 제발 남의 죄 말고, 본인의 죄만 고백해 주세요.

매번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죄를 길게 고백하고,

며느리는 시댁 식구들의 죄를 길게 고백합니다.

끝이 없습니다.”


참 인간적이다.


회사도 다르지 않다.


직원들은 흡연실에서, 캔틴에서, 메신저에서, 심지어 블라인드에서도

뒷담화를 한다.


임원들은 골프장에서, 와인바에서, 조찬 모임에서, 그리고 자기들 방에서

뒷담화를 한다.


직급과 상관없다.

장소와 단가만 달라질 뿐이다.



예전의 나는 뒷담화를 수준 낮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바쁜 사람은 남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고 믿었다.


좋은 조직에는 뒷담화가 없고,

성숙한 사람은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야 문제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만 그 통신망 밖에 있는 것이 문제였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감정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혼자 개똥 꼰대가 되어,

사람과 조직을 이해할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남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까.


아주 오래전에는,

사자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내 편인지,

누가 나를 배신할 사람인지,

누가 우리 부족을 이끌어줄 사람인지를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 이야기에

유난히 민감한 존재만 살아남았고

그들의 유전자가 우리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뒷담화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만든

가장 오래된 정보 네트워크였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조직에서 뒷담화가 가장 많아지는 때가 있다.


대표가 바뀔 때.

조직 개편이 있을 때.

구조조정 소문이 돌 때와 같이.

정보가 부족할 때이다.


정보의 희소성이 높아질수록

뒷담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정보가 없으면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든다.


정말 정보가 없으면

신화 같은 허위 정보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진실이 궁금해서

뒷담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 부족에 대한 불안을 견디기 어려워서

뒷담화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뒷담화가 같은 것은 아니다.

사람을 파괴하기 위한 악의적인 소문도 있고,

집단 괴롭힘도 있으며,

한 사람을 고립시키기 위한 조작된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분명히 멈춰야 한다.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뒷담화를

악으로만 보면

우리는 인간을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그 안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마음보다

어디엔가 속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공룡들도 서로 티라노사우루스의 흉을 봤을까.

개미들은 페로몬으로 뒷담화를 했을까.


우리는

스마트폰을 만들고, AI를 만들고,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 어디에서든

실시간으로 뒷담화를 할 수 있는

기술까지 완성했다.


참 대단한 진보다.


누군가의 뒷담화를 들으면

이제는 예전처럼

쉽게 비난하지 못한다.


그 안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마음보다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더 많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누군가의 뒷담화를 들으면

먼저 이렇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쩌면 그 질문 하나가

뒷담화를 대화로 바꾸는

가장 좋은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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