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기 싫은 순두부 같은 사람들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2

by삐재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우주를 달리고 있다.


지구는 쉬지 않고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태양계는 은하 중심을 관통하며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인류는 우주 역사상
단 한 번도 멈춰 있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무실 자리 하나 바꾸는 일은
고도의 정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상사는 불편하고,

조직 개편 소식만 들어도
마음이 복잡해진다.


참 묘한 일이다.

우리는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행성 위에 붙어 살면서,

아주 작은 변화 앞에서는
늘 멈춰 선다.


왜 그럴까.


사람은 정말
변화를 싫어하는 존재일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익숙함을 잃고,

관계를 잃고,

자리와 역할을 잃고,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잃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변화가 아니라

변화가 가져올 상실을
먼저 걱정한다.


우리는 습관처럼 말한다.

"그때가 좋았지."


정말 그때가 더 좋았을까.

아니면

지나간 고통마저
추억으로 바꾸는 인간의 재능 때문일까.


코비드로 마스크 대란을 겪던 시절도,

군대의 얼차려도,

떠나간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견딜 만한 추억이 된다.


사람은 아픈 기억조차

견딜 만한 추억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당장 바꿔야 할 작은 변화에는

왜 이렇게 무력할까.


담배를 끊겠다고
온 집안에 선언한 아저씨가 있다.

아직도 분리수거함 뒤에서
연기를 내뿜는다.


살을 빼겠다고 운동기구와 요가복을 사 모으는 아내가 있다.

온라인 상담과 새로운 식단, 매일의 결심을 비웃듯

20년째 나이에 맞는 몸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참 인간적이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변화보다 익숙함을 선택한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

공룡은 1억 6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간의 역사는 고작 수만 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도시를 만들고,

AI를 만들고, 달에도 다녀왔다.


그런데 사무실의

내 자리 하나 바꾸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나는 누군가 변화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

예전처럼

"왜 그렇게 소극적입니까?"

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무엇을 잃게 될까 봐 걱정하십니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 앞에서

말이 없어진다.



우리는

우주를 건너는 작은 행성 위에 붙어 사는

순두부 같은 존재들이다.


연약해서가 아니다.


품에 안은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순두부 같은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품에 안은 것을 잃을까 봐 망설인다.


그래서 어쩌면

“무엇을 잃게 될까 봐 걱정하십니까?”

라는

그 질문 하나가,


우리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가장 조용한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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