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상식 같은 비밀 7.
신임 직바카라자가 되면 가장 먼저 받는 것이 인수인계 문서다.
중장기 전략계획, 조직도, 매출 현황, 고객 정보, 진행 과제, 재무 회계 보고서, 부서별 KPI 및 위험 관리 진척도, ESG 보고서.. 보통은 기초자료만 수백 장에 이른다.
나는 새로운 조직에 갈 때마다 인수인계 자료를 열심히 읽었다.
밤늦게까지 밑줄 치며 읽고 질문할 내용을 정리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정보를 찾으려 노력했다.
시간이 가면서 인수인계 문서에 없는 정보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누가 진짜 영향력자인지.
누가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누가 조직의 역사를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인지.
누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인지.
이런 정보는 문서에 담겨 있지 않았다.
신임 대표가 되면 누구나 조급해진다.
나도 그랬다.
조직과 사람과 내 편을 빨리 파악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내비치면 그때부터
정보가 스스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표님, 사실은 말입니다."
"제가 하나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그 사람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 조직은 원래 그렇습니다."
정보는 생각보다 쉽게 모인다.
특히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생기면 더욱 그렇다.
예전에 한 선배 CEO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선배는 새로운 조직에 가면 임원들과의 1:1 미팅 시간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가져갔다고 한다.
누군가와는 한 시간을 즐겁게 이야기하고 나서 문밖까지 배웅해주고,
누군가와는 10분 만에 서먹서먹한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끝냈다.
그러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임원들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진짜로 아무런 심각한 얘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래 이야기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그것을 정보 공납의 대가라고 의심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서로 경쟁적으로 정보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누가 누구 편인지,
누가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 조직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나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탄했다.
“와, 정말 영리한 방법이네.”
그런데 그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그 방법은 사람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는 좋지."
"그리고 조직을 빨리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이지"
“하지만, 그 후 조직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뒷담화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마키아벨리즘의 후폭풍을 경험했지요.”
“정보를 쉽게 얻는 방법과 신뢰를 통해 얻는 방법은 다른 것 같아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사람들을 경쟁시키면 정보는 빨리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보는 대부분 사람에 대한 평가다.
누가 위험한 사람인지.
누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누가 누구를 싫어하는지.
그 말은 모두 그들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일 것이다.
사실도 있고, 오해도 있고, 정치도 섞여 있다.
선배는 내게 이런 말도 해주었다.
"중요한 정보를 들으면 절대 바로 믿지 마."
"최소한 두 집단 이상에서 확인해."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는 담화일 뿐이야.”
“두 집단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정보일 가능성이 높아.”
“세 집단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부터 사실에 가까워지지."
그때는 그 말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조직을 경험하면서, 점점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정보는 빨리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그 말을 하는가보다
왜 그 말을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조직에 가면
처음 60일 동안은 사람들의 말을 수집하기보다 관찰하려고 노력한다.
회의에서 누가 말하는지.
누가 침묵하는지.
사람들이 누구를 바라보는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누가 나서는지.
그것을 본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
듣고,
생각하고,
기록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그렇게 얻은 정보가 더 오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임 직바카라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보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너무 빨리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 시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일곱 번째 상식 같은 비밀이다.
조직을 빨리 이해하고 싶다면 정보를 모으면 된다.
정보는 머리로 모을 수 있다.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신뢰는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경쟁하면 정보를 내어준다.
하지만 신뢰해야 진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