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상식 같은 비밀 6.
승진 축하는 순수한 마음의 격려와 응원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진짜 게임은 축하 파티에서 시작되었다.
전혀 새로운 산업의 글로벌 조직 한국 대표로 부임했다.
이전 산업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새로운 도전을 맡게 되었다는 설렘도 있었고,
솔직히 자신감도 있었다.
산업 경력도 전공도 달랐지만,
사업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전략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좋은 제품이 있고,
좋은 조직이 있고,
좋은 전략이 있으면 된다.
그것은 내가 늘 해오던 일이었다.
나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농산업을 잘 몰랐다.
이 산업의 견고한 방어와 견제망도 잘 몰랐다.
이들은 평생 같은 산업 안에서 경쟁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비교 대상도 늘 같은 업계 사람들이었다.
그들만의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그 세계에 갑자기 들어온 외부인이었다.
부임 첫 주,
같은 건물에 있는 같은 그룹회사의 다른 법인 임원들로부터 환영 만찬 초대를 받았다.
우리 법인 보다 7배쯤 큰 규모의 조직이었다.
같은 그룹의 가족 회사였지만,
규모가 크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은 종종 서울 사람이 시골 사람을 보듯 우리를 바라보곤 했다.
그래도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흔쾌히 초청에 응했다.
예약된 식당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초청한 법인 대표는 본사와의 화상회의 때문에 늦는다고 했다.
대신 그의 오른팔인 영업담당 상무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는 대뜸 내게 폭탄주를 한 잔 만들어 주며 말했다.
"대표님, 이거 원샷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가족이 되는 겁니다."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그의 눈빛에는 오래된 강자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잠시 우리 쪽 임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함께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긴장한 표정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 나는 환영받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평가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꼭 이 잔을 마셔야 가족이 될 수 있다면,
같은 가족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순간 식탁이 조용해졌다.
그날 나는 그가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매우 유쾌하게, 그리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그 자리를 즐겼지만,
그의 잔도, 그쪽 임원들의 잔도 받지 않았다.
물론 상호 존중 속에서 권하는 술이었다면
나도 얼마든지 즐겁게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술은 환영주가 아니었다.
일종의 입단 테스트처럼 느껴졌다.
신기한 일은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나는 그들과 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심하며,
더 존중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적어도 내 앞에서는
우리 임직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우리 법인 임원들도 달라졌다.
규모 차이 때문에 익숙해져 있던 위축감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당당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날
내가 술을 마시는지 안 마시는지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 있었다.
규모의 압박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까지 양보하는 사람인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인지
그것을 보고 있었다.
신임 직바카라자가 새로운 자리에 가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인맥을 넓히고,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어떤 신념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를 빠르게 알아본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축하 파티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당신을 평가하기 시작하는 자리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 시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여섯 번째 상식 같은 비밀이다.
축하받는 순간부터 평가는 시작된다.
진짜 게임은 축하 파티가 끝난 뒤가 아니라
어쩌면 축하 파티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