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욕하던 사람을 찾아간 이유

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상식 같은 비밀 4.

by삐재

신임 대표 중에는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이 있다.


"새로운 회사에 가면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야 할까요?"

동료 임원일까.

핵심 인재일까.

노조위원장일까.

주요 고객일까.


그때마다 나는 예상 밖의 대답을 한다.


"가능하면 창업자를 만나보십시오."


2009년, 나는 글로벌 농업회사의 한국 대표로 부임했다.

문제는 내가 제약회사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농업을 몰랐고,

종자 산업은 더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 사람이 농업을 알겠어?"

"회사를 정리하러 온 것 아니야?"


겉으로는 환영했지만,

속으로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부임 후 나는 회사와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느라 바빴다.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계속 들렸다.

회사의 창업자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둘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그를 한국 종자산업의 신화를 만든

영웅처럼 이야기했다.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의 회사는 한국 종자산업의 대표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면서 결국 회사를 매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이 회사를 인수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사장들은 한국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 고객을 이해하지 못했고,

한국 농업의 특수성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인수 이후 실적은 오히려 대폭 감소하였다.


그러자 내부 전문가들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쉬운 답을 선택했다.

창업자였다.

"애초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비싸게 팔았다."

회사 내부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장의 이야기는 달랐다.

농민들은 여전히 그를 존경했다.

유통업계 사람들도 그를 신뢰했다.

영업 직원들 역시 그의 이름이 나오면 표정이 달라졌다.

마치 오래된 영웅을 이야기하듯 말했다.


결국 나는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첫 만남은 생각보다 훨씬 편안했다.

두 시간의 대화가 마치 이십 분처럼 지나갔다.


그는 생각이 분명했고,

주장이 명확했고,

무엇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나는 금세 사람들이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시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조언을 구했다.

배우려고 했다.

그리고 존중하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이에는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농업을 모른다는 사실보다, 배우려고 한다는 태도를 더 높게 평가해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를 지지해 주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장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앞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며 잘해 나갈 겁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니, 그가 내게 준 것은 정보가 아니었다.

신뢰였다.


나는 그를 만나면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지금 보면 아닌 것 같은 결정도,

그 당시에는 충분히 옳은 결정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IMF가 아니었다면?

운영자금이 충분했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그가 회사를 팔았을까?


내가 그의 모든 결정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것만 분명히 바꾸었다.

먼저 이해하려고 했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싸웠는지,

어떤 고민 끝에 한 결정인지를 알려고 노력했다.


리더가 새로운 자리에 가면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박수다.

전임자를 비판하면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


하지만 신뢰는 다르다.

신뢰는 존중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조직에 가면

전임자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싸웠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 시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네 번째 상식 같은 비밀이다.


신임 직바카라자가 가장 쉽게 얻는 것은 박수다.


그러나 가장 늦게 얻는 것은 신뢰다.


그리고 그날 나는,


모두가 욕하던 사람에게서 신뢰를 얻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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