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자리에만 앉으면 편해질 줄 알았다
우리 세대에게 승진은 정말 좋은 일이었다.
요즘은 직바카라을 맡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지만
우리는 늘 한 칸 더 위를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자리에 오르면,
모든 축하가 쏟아졌다.
미화 여사님과 경비과장님을 포함한
모두가 내 승진을 알고 계신다.
혹시 누가 바뀐 직바카라을 모르고 예전 직함을 부르면
바로 지적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축하에 취해서 환한 얼굴에 광채가 났다.
집에 가면 가족 모두가 환한 분위기다.
생전 못 보던 먼 친척들도 축하를 보내온다.
"이제 고생 끝이네."
"앞으론 좀 쉬엄쉬엄 해도 되겠네."
모두와 함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막상 직바카라에 앉아 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회의 때마다 여유 있어 보였던 선배들.
저녁 모임에서도 늘 웃으며 농담을 하던 상사.
그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물 위의 백조였다.
우아함은 겉모습일뿐 수면 아래에서는 정신 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에 출근해 자료를 읽고,
주말에도 보고서를 검토하고,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는 수십 번씩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승진은 끝이 아니었다.
회사는 내가 이룩한 과거의 성취를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자리에서의 성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많은 신임 직바카라자들은 승진을 결승선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직은 그것을 출발선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그 함정에 빠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똑똑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동시에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임원회의 회의록 정리를 자원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몇 달 후 나는
마케팅 부서장이 아니라
모든 자료를 정리하는 사람,
이른바 '서기관'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는지 보다,
회의록의 문구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신뢰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신뢰가 아니라 역할의 착각이었다.
신임 직바카라자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열심히 일할 것인가?"가 아니다.
"나는 이 조직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이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을 받아 성과를 만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과 올바른 자리에 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고민 없이 예전 방식대로 열심히 일하면 직바카라자가 아니라,
조금 더 비싼 월급받는 ‘슈퍼 일꾼’이 된다.
그래서 나는 신임 임원들에게 늘 ‘The First 90 Days’를 읽어 보라고 권한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Michael D. Watkins가 쓴 바카라이다. 하지만, 다들 바쁘기 때문에 핵심만 간단히 설명하기도 한다.
이 바카라의 핵심은 단순하다.
새로운 역할에서의 성공은 처음 90일 안에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수많은 임원들을 코칭해 보니, 90일도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60일 이내에 새로운 리더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아래 항목들에 대해 분명하게 계획하고 스스로를 이끌어 실천해야 한다.
누구를 만날 것인가
무엇을 먼저 배울 것인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
누구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신임 임원들과 함께 다음 골자의 'The First 60 Days'의 계획을 만들기를 권해왔다.
- 첫 20일: 적극 경청과 관찰.
- 다음 20일: 존중 표현과 관계 구축.
- 마지막 20일: ‘작은 승리’ 함께 만들기.
큰 혁신은 아직 고려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이 사람과 함께 일해도 되겠다."라는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 시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신임 직바카라자를 위한 첫 번째 상식 같은 비밀이다.
승진 후 가장 위험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방향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시의 나였다.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자리에 가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묻는다.
"당신은 앞으로 무엇을 잘하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