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드니
혼자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더 진해진다.
지금 내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말투도 남아 있고,
예전 선생님의 표정도 남아 있고,
늘 나를 믿어주던 멘토의 시선도 아직 남아 있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아버지의 침묵이
어느 날 내 표정 안에 들어와 있고,
잔소리처럼 들리던 어머니의 말투가
어느 순간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깜짝 놀란다.
‘아… 내가....’
절대 바라지 않았는데,
점점 누군가를 닮아간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화를 참는 방식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방식도,
결국은
살면서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었다.
힘들 때 버티는 방법도 그렇다.
“넌 잘될 거야.”
별것 아닌 멘토의 툭 던진 한마디 말로
나는 십 년도 더 오랜 시간을 잘 살아낸다.
떠나는 것이
사라지는 일은 아니다.
떠난 이들의
말투, 표정, 습관 하나가
어딘가에 배어
우리와 함께 계속 살아간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그는 뭐라고 했을까
생각하게 되고,
어떤 순간에는
지금은 세상에 없는 그가
우리를 꼭 붙잡아주는 느낌도 든다.
인연이라는 것이
같이 있음 만을 의미할까?
이미 스쳐간 사람도 남아 있고,
떠난 사람도 남아 있고,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조차
인연이 되기 위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씩
우리 안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나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수많은 인연들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 위에
아직 잘 디디고 서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