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포기할 이유부터 찾았을까
갑자기 아프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
기침 말고는 별다른 증상도 없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거미줄에 걸린 모기처럼 무력하다.
결과도 없는 마른기침은
쥐어짜듯 버텨도 아무 성과 없이
가슴만 아프게 한다.
향긋하던 땀 냄새는
어느새 바다 냄새로 변해간다.
수산시장 냄새 같기도 하다.
겨울 내내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몸이
이제는 아무 때고 기침을 한다.
식은땀도 흐른다.
아무것도 못 하겠다.
생전 안 가던 내과에 갔다.
과잉진단으로 유명한
우리 동네 내과 의사가
링거 한 방 처방도 없이
“약 먹고 푹 쉬세요.”라고 한다.
안 아픈 건가?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지?
갑자기
잘 돌아가던 노트북이
내 지문을 인식하지 못한다.
블루투스 연결도 안 된다.
무선 마우스와 키보드까지 멈춰버리니
답답하다.
몸도 안 좋은데
왜 하필 지금인가.
기운이 없다.
큰맘 먹고 신청한
온라인 유료 강의도 들어갈 수가 없다.
듀오링고 연속 학습 과제도,
하루 8,000보 걷기 도전도 멈췄다.
핸드폰을 몇 번 흔들어보다가
100원 보상금도,
연속 기록도 포기한다.
귀찮다.
그런 와중에도
잠깐씩 살 만해지면
마른기침이 그 틈을 다시 흔들어댄다.
엄청 나른하다.
나는
검은 슈트를 휘날리며
에볼라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뜨리려는
악당들의 공장에 침입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한 놈씩 제압하며
드디어 에볼라 바이러스의 메인 플랜트에 도착했다.
나는 침착하게 C4 폭탄을 설치하고
블루투스 스위치를 켰다.
빠져나오는 길에는
악당 연구원 네 명을
차례로 조용히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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