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비는 누구의 주문이었을까요?
날씨를 만들어 주십니까?
너무나 감사한 말씀이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데
누구의 뜻에 맞는 날씨를 만들어 준다는 말입니까?
그러니 먼저 투표를 해야 할 것입니다.
맑음을 원하는 사람과
비를 원하는 사람을 나누고,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
바람의 방향과 햇빛의 양까지
모두 합의해야 하겠지요.
날씨는 모두가 함께 쓰는 공공재이니까요.
합의가 잘 될까요?
노사정 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는 비를 사랑하고,
누구는 그 비를 원망할 텐데요.
우산 장사가 웃으면,
짚신 장사는 한숨을 쉽니다.
오늘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비 새는 천장을 걱정하겠지요.
오늘은
한동안 오지 않던 비가
종일 내렸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비는 단순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자,
누군가의 성장통이며,
감출 수 없었던 고백이기도 합니다.”
두 진행자는 한껏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지만,
나는 라디오를 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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