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2》를 읽고

서구의 안경을 벗고 다시 본 이슬람

by김별


서구의 안경을 벗고 마주한 이슬람, 그 오래된 공존의 길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 청년들에게 상처를 준 이병한 작가의 행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작가 개인의 과오에 대한 실망감은 잠시 접어두고자 한다.


그의 바카라 '유라시아 견문 2'가 이룩한 ‘이슬람 문명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과 서구 중심주의의 탈피’라는 역사학자로서의 성취는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이슬람 국가들이 모인 곳을 '중동(Middle East)'이나 '근동(Near East)'이라 부른다. 작가는 이 단어 자체가 철저히 유럽을 세계의 중심으로 놓고 거리를 잰 제국주의적 시각의 산물임을 지적한다. 서구의 시선을 거두고 지도를 다시 펼치면, 이슬람 문명권은 변방이나 테러의 화약고가 아니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세 대륙을 잇는 가장 거대한 문명의 교차로이자 '세계의 중심(Central)'으로 복원된다.


두 사람이 싸울 때는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건만, 우리는 늘 이슬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서방의 마이크와 주류 언론에만 편향되어 왔다. 이슬람을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꾸란'을 든 폭력적인 종교로 낙인찍은 것은 서구의 십자군 사관과 오리엔탈리즘이다. 작가는 미국과 영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파했다는 주장의 위선을 꼬집으며, 타국의 선거에 개입하고 뜻에 맞지 않으면 정권을 전복해 온 그들의 패권주의를 비판한다.


오히려 과거 이슬람 제국은 그리스 철학과 인도의 수학을 번역하고 보존하여 유럽에 전해준 지식의 저수지였다. 또한 역사적인 아랍 매체들(<아흐람>, <힐랄>, <마나르> 등)은 국가 단위로 쪼개진 독자가 아닌, 태평양부터 대서양까지 이어지는 초국가적 네트워크인 '글로벌 움마(Ummah, 이슬람 공동체)'를 대상으로 삼으며 식민지 근대화에 함몰되지 않은 '문명해방운동'을 이끌었다 본다.


이슬람의 렌즈로 보면 자본주의(화폐 맹목)와 민족주의(국가 맹목)는 신의 자리에 인간의 욕망을 올려놓는 우상 숭배에 지나지 않는다. 배타적인 서구적 국민국가(Nation-State)는 고작 100~200년 명멸하는 잠정적인 존재일 뿐이다. 작가는 시리아나 이라크 같은 인공 국가의 파탄으로 생긴 난민 위기 역시 본질적으로 억지스러운 '국경과 국가'의 문제라고 규정한다.

대지의 주권은 신에게 귀속되므로 인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철조망은 철폐되어야 하며, 이주의 자유야말로 공정과 평등의 제1원칙이라는 이슬람적인 다소 이상적인 논리도 펼친다.


이러한 이슬람의 가치관은 고유의 복지 제도인 '와크프(Waqf)'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개인의 재산권을 일시 '정지'시켜 마을 공동체와 신에게 귀속시키는 기부 제도로, 이를 통해 모스크, 도서관, 병원 등 자율적 슬롯안전망이 훌륭하게 작동해 왔다.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사유재산 관념으로 이를 이해하지 못해 후진성으로 오독하고 강제 폐지했지만, 이는 이슬람식 공유제의 지혜였다.


반면 오늘날 세금 없이 완벽한 물질적 복지를 누리는 중동의 산유국 사람들은 오히려 무료함과 소비 중독에 빠져 있다. 예를 들면 두바이 부유층에 관한 이야기다. 유물론적 개화만으로는 영성의 갈증을 채울 수 없으며, 정신의 개벽이 조화롭게 가야 한다는 작가의 세계관에 나도 정신과 물질은 항상 조화로워야한다 생각하기에 깊이 공감했다.


여행을 좋아하며 그 길 위의 가치를 아는 나로서는, 이 바카라의 가장 큰 미덕이 바카라상머리 연구가 아닌 터키, 이란, 중앙아시아 등 이슬람의 골목과 시장을 직접 밟으며 길어 올린 생생한 탐문이라는 점에 끌린다.

작가가 직접 목도한 이슬람 국가들은 종교적 맹신에 빠진 낙후된 곳이 아니었다. 튀르키예의 거대한 인프라, 이란의 문화적 자부심, 중앙아시아의 역동성은 이들이 21세기 디지털 및 물류 실크로드의 핵심 연결자(Node-State)로 부상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작가는 2070년이 되면 유라시아의 절반 가까이가 무슬림이 될 것이며, 이 거대한 양적 팽창이 '재이슬람화'라는 질적 변화를 수반하여 과거 세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했던 '이슬람의 집'처럼 새로운 문명 융합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종교와 문명의 지도를 넓게 펼쳐보자. 유라시아의 심장부에는 이슬람 문화권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그 북쪽으로는 러시아 정교회가, 서쪽으로는 기독교 문명이, 동쪽으로는 유교와 불교의 세계가, 남쪽으로는 인구 최대의 힌두교 나라 인도가 포진해 있다. 즉, 이슬람은 낯선 변방이 아니라 이 모든 다채로운 문명을 사방으로 잇는 '중심'인 것이다.


서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우리는 영원히 유라시아 대륙의 절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된다. 다가오는 유라시아 시대에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균형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면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서구 중심주의라는 안경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비록 작가의 개인적 행보는 깊은 씁쓸함을 남겼지만, 이 바카라이 내어준 편견 없는 혜안은 앞으로 우리가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연대하는 데 참으로 귀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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