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맞아 고향에 내려왔다.
엄마는 적금을 타서 집에 필요한 가전들을 하나둘 장만하셨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집 안은 제법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가전들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엄마는 아이처럼 행복해하셨다.
고향에 내려온 첫날밤, 열대야의 무거움에 몸이 녹초가 된 채 거실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거실 불도 꺼지고, TV도 마침내 꺼졌다.
어둑어둑해진 거실.
비몽사몽 잠에 빠져들려던 그때, 감은 내 눈꺼풀 위로 묘한 푸른빛이 스며들었다.
'뭐지?'
빛에 유난히 예민해진 나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푸른빛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화장실이었다.
문틈 사이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까는 없던 빛이었다.
호기심에
문을 살짝 열었는데,
안.. 안돼..
이게.. 뭐 뭐야.
예상치도 못한 밝은 빛이 어둠을 뚫고
내 망막을 후려쳤다.
어서 와.
빛나는 변기는 처음이지?
거룩하다 거룩해.
이 정도 빛이라면 변기를 붙들고 고해성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도대체 비데에 달린 저 불빛의 용도는 뭘까.
엄마 말이 맞았다.
삶의 질이 정말 높아진 것 같다.
빛이 너무 성스러워서 똥도 함부로 못 누겠다.
왠지 내 배설물이 심판받는 기분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