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동료가 아침부터 묘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녀가 전날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주차할 곳을 찾아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나 빙빙 돌다가,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던 어두운 구석에서 겨우 빈자리를 발견했다.
'럭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위해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니, 어젯밤엔 없던 커다란 화물트럭이 그녀의 차 옆에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그녀는 시간을 짬내어 얼마 전 새로 산 안심번호판을 앞유리에 붙이기로 했다.
운전석에 앉았다가 밖으로 나와 유리창 너머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다가 또 나오는 순간을 반복하는 찰나에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한다. 꾸리꾸리하고, 눅눅하고, 어딘가 익숙하지만 맡고 싶지는 않은 냄새.
요즘 워낙 습하기도 하고 지하주차장이니 하수구 냄새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차에서 내리면 냄새가 났고, 차 안에 들어가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마치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줄 듯 말 듯 사람을 애태우듯,
냄새도 나타날 듯 말 듯 그녀를 놀려댔다.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기분 나쁜 냄새였다.
결국 참지 못한 그녀는 차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냄새가 나는 방향을 따라 몇 걸음 옮긴 순간. 트럭 뒤편 바닥에서 회색 콘크리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갈색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질퍽해 보이는 그것을 보는 순간, 그녀는 직감했다.
똥이다.
누군가 트럭 뒤 바닥에 배설물을 남겨두고 간 것이다.
재수없게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아침부터 똥 이야기 해서 미안하다는 동료에게,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월급날보다 더 짜릿해.
그제야 알았다.
유치원생들이 왜 똥, 방귀 이야기만 나오면 까르르 넘어가는지.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어느새 피사의 사탑처럼 그녀 쪽으로 몸을 한껏 기울인 채, 엔딩이 너무 궁금해 심장이 미친 듯 뛰는 걸 느꼈다. 그녀의 썰에 나는 이상할 정도로 몰입했다. 남아공 축구 이후로 이렇게 흥분하긴 오랜만이었다.
어떻게 주차장에 똥을 싸질러 놓고 갈 수 있냐며 극대노 하는 그녀에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고양이가 쌌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그럴 리는 없었다.
CCTV는 사방에 깔려 있고, 잘못 하나 하면 평생 인터넷에 박제되는 세상이다.
설마.
설마 사람이 주차장에 그렇게 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고양이가 싼 것치곤 제법 컸어."
그래도 나는 끝까지 인간을 믿어보고 싶은 마음에, 내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똥구멍이 큰 고양이일 수도 있잖아."
사람이 그랬다는 것보다,
똥구멍이 큰 고양이가 존재한다는 편이
훨씬 이 세상을 살기 편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런 나를 향해 묘하게 웃으며,
나를 하수라고 생각하는 듯 말했다.
"그 옆에 똥 묻은 물티슈가 가지런히 있었어."
아.
사람이 한 짓이 맞네.
나는 그날 인류애를 잃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