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이던 무렵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엄마는 우물가에서 닭을 잡고 있었다. 몸통은 세숫대야에 넣고 머리만 삐죽 바깥으로 내놓고 한참을 망설이던 엄마는 뭔가에 홀린 듯 닭 머리를 잘랐다. 그때는 너무도 놀라워서 비명소리조차 안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뒤에 벌어졌다. 목이 잘린 닭이 우물가를 두 바퀴나 빙빙 돌면서 뒤뚱뒤뚱 걷다가 쓰러지는 것이었다. 목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닭도 뇌가 있다. 그 작은 뇌에서도 목이 잘린 닭 몸통을 뛰어다니게 했던 거다.
내 기억으로는 엄마는 마음이 무척 여린 사람이었다. 닭의 목을 벨만큼 잔인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아버지도 큰엄마도 모두 닭을 잡으라고 엄마한테 요구했을 거다. 엄마는 눈을 질끈 감고 다른 생각하지 않고 어리고 마른 자식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날 저녁에 푸짐한 백숙이 다섯 아이들 앞에 자랑스럽게 나왔지.
나는 낮에 본 그 광경이 생각나 선 듯 수저를 들지 못했지만, 다른 형제들은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었다. 우리 엄마가 그토록 대찬 여자였을까? 무엇이 엄마를 그토록 비정하게 몰았을까? 시집와서 겪지 않아도 될 것들도 다양하게 겪고 겪으면서 깨달았을 거다. 피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그래서 엄마는 닭을 죽인다는 것에 포인트를 두지 않고 아이들을 잘 먹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칼을 든 것이다.
나는 지금도 슈퍼에서 손질된 닭을 사서 닭백숙을 그릴 때면 그때 엄마의 질끈 감안 눈과 우물가에 빙빙 돌던 머리 없는 닭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