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맞이하는 자세

by바카라갈피

막내딸도 사춘기가 있었다. 어리숙하고 무던했던 내가 중학교 무렵에 소풍 갈 때 처음으로 엄마한테 짜증을 냈다. 소풍 가는 나름 특별한 날 도시락을 엄마는 매번 싸주시는 김치를 넣고 싸주셨다. 그 도시락을 보니 화가 엄마에게 섭섭해서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그런 짜증 내는 딸을 보고 엄마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미안해했고 다시 싸주었다.

. 내가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른다. 사춘기란 병이 그런 거니까. 내가 낳은 아들이 사춘기가 왔을 때 나는 가끔 문재지로 아들 머리를 때려었다. 바보인가 싶어서 화내는 아들보다 더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왜 엄마는 그때 짜증을 내는 막내딸을 그냥 두고만 봤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짜증을 냈다. 사춘기는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게 지나간다고 한다. 나의 작은 아들도 사춘기 때 나한테 많이 혼이 났었다. 하나는 공부를 안 하고 딴짓을 해서 남편과 나는 번갈아 가면서 버릇을 잡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춘기는 그냥 흘러가는 회오리바람일 뿐이었다.

바람을 맞서는 건 도움이 안 된다.. 부딪히기보다는 되돌아서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라는 것이 현명한 태도였다는 것을 이제는 한다. 엄마는 그때부터 알았던 것일까? 내 행동이 사춘기 때문이라는 것을 짜증을 내는 것보다 눈감아 주는 게 나한테 더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나이가 들어. 그 생각만 하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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