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야!

by바카라갈피


서울종합병원에 있을 때 일반실에서 어떤 할머니가 복도 끝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도둑이야. 여기 사람 있어요? 불이야.”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에 다들 잠을 못 이뤘다. 그 할머니는 밤에는 그렇게 소리를 치고 낮에는 꿀잠을 잤다. 밤에는 다른 환자들을 잠 못 자게 하고 본인은 낮에 정신없이 자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남편은 나도 수술한 후에는 섬망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할머니처럼 심하게는 아니지만, 구석진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단다.

기억이 않았던 내 섬망증을 소리치는 할머니를 통해서 느꼈다. 섬망증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본인은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환상 속에 있는 것이다. 섬망증은 오래되면 그 자체로 병이 될 수 있다. 나는 섬망증을 이겨내고 현실로 돌아와서 현실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 “도둑이야!!” 외치던 그 할머니가 잘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섬망증은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 마음을 편하게 먹다 보면 가볍게 지나간다. 무겁게 생각하면 지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섬망증은 한 번쯤 충격에 벗어날 때쯤 거쳐가는 가벼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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