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회색

방향을 찾는 것과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다.

bySOHEE

나는 지금까지 세상을 내 기준으로만 바라보았다.
과연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내가 바라는 성공적인 인생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나'를 탐색하는데 몰두했다.

그렇지만, 요 며칠새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다.

세상은 내 기준으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세상은 그렇게 희망차고, 장밋빛 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사람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양했다.

게다가 요즘은 온라인에서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온라인은 익명성도 있고, 언제든 계정을 없앨 수도 있고, 그래서 바카라임이 약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와 반대로 예를 들어, 학교 선생님, 공무원, 회사원, 병원 의료진 이런 사람들은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서 신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들은 소속이 있고, 바카라임이 있고, 문제가 생기면 추적이 가능하고, 슬롯적 평판을 걸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들은 확실한 온라인 게임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슬롯적 신뢰를 얻는다.
사람들이 왜 소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왜 신뢰를 쉽게 주지 않는지. 왜 그렇게 어른들이 신분이 확실한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간다.

나는 지금까지 소속을 통해 나를 설명하는 것보다 내 스토리를 통해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맞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진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단번에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언행이 일치하고 성실한 태도가 지속되고 일관성이 있다면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아도, 시간이 쌓이면 사람들에게 '나'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의 방향만 찾아 헤맸다. 하지만 방향을 갖는 것과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내 방향은 내가 정한다. 그건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방향을 세상이라는 현실 위에서 어떻게 펼칠 것인가는 또 다른 능력이었다. 세상살이는 결국 사람과 소통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세상은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서야 나는 세상을 흑백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선과 악, 현실과 이상, 과정과 결과. 이렇게 이분적으로 보기에는 그 극단의 사이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점철되어 있었다.
나에게 좋은 사람도 있었고, 경계해야 할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조심스러웠지만 진심이었고, 누군가는 친절했지만 신뢰하기 어려웠다.

세상은 검지도, 희지도 않았다.
회색이었다.

작가의 이전글겨우 내가 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