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슴새의 추억

오래전 두고 온, 내 민낯의 시절을 떠올리며

by김원진

사물놀이 공연이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꽹과리잽이가 굿을 매듭짓기 위해 서서히 가락을 쪼개자 장구와 북, 징이 뒤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속도를 올린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휘모리장단 속에서 연주자들은 서로 가락을 주고받으며 고함치며 호응한다. 맞서는 듯 서로를 추어주는 아름다운 난장이다.


굿이 끝나기 직전에는 마지막을 장식할 그들만의 백미가 펼쳐진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이 겪는 망아(忘我)의 경지, 그때 나타나는 그들 고유의 춤새와 표정을 예로부터 ‘버슴새’라 불렀다. 누군가의 얼굴에는 천진한 아이가 비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표정을 짓는다. 이 순간이 지나면 제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오로지 몰입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것의 민낯이다. 무대 위 잽이들의 버슴새를 마주했을 때, 불현듯 아주 오래전 두고 온 내 민낯의 시절이 떠올랐다.


사물놀이 공연을 보러 온 지 참 오랜만이다. 대학 시절, 장구를 두드리며 어설픈 가락에 도취되었던 열정이 사그라든 지도 꽤 되었다. 좋아하는 일이면 곧장 직업 삼을 수 있을 줄 알던, 철없는 때였다. 연주자를 꿈꾸며 어려운 가락 하나를 붙잡고 며칠을 밤새우기도 했다. “교양을 지닌 사람이라면 문학과 음악, 그리고 사랑 세 가지는 반드시 즐길 줄 알아야 한다.”라는 신념을 철석같이 붙잡고 살던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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