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비전퀘스트 2010
4월. "나의 장례식 10분 스피치 준비하여 읽도록 하세요. "
나는 죽었다. 죽음이 문을 열고 나를 받아들인다.
나에게는 꼭 10분이 남아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장례식에 와 있다.
나는 이들에게 내 삶의 이야기를 10분 안에 이야기한다.
따사로운 봄햇살 같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부서지는 햇살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같은 사람도 되고 싶었습니다. 목마른 당신을 축이는 한잔의 시원한 샘물이고 싶었고, 매혹의 향기로 당신을 취하게 하는 탐스런 꽃송이로 살고 싶기도 했습니다. 당신에게 늘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었고 이를 위해 힘을 아끼지 않는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했지만 죽음의 문 앞에서 냉정히 돌이켜보니 전 입으로만 사랑을 말하는 허풍쟁이일 뿐이었네요.
빈말은 하지 않겠어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랑해’와 입맞춤을 주고받는 5년을 보냈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요. 제가 안다면 당신도 느끼고 있을 테지요. 전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보면 자꾸만 고통스럽게 죽어가신 아빠가 떠올랐으니까요. 마치 아빠의 죽음이 당신 탓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요. 당신을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어요. 그때 전 당신이 아닌 그 누구였더라도 상관없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다 병을 얻으신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기운을 잃어가셨고 저는 뭘 해서라도 아빠를 웃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고이 길러온 딸의 결혼식을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빠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이후 제 눈엔 정말 보이는 것이 없었답니다. 그때 마침 당신이 나타났고, 저의 황당한 서두름을 귀엽게 받아주며 너무나 순순히 함정에 빠져주었죠. 그런 당신이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랑은 아니었어요.
당신도 사랑에 서투른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의 결혼이 아빠를 기쁘게 한 것은 결혼식 그날뿐이었던 거 알기는 하나요? 당신은 언제나 무례했고 배려를 몰랐죠. 그런 당신 곁에서 저는 항상 가슴을 졸이며 섣부른 선택을 후회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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