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스승에게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언체인드 멜로디 선율과 함께 또르르 흘러내리던 데미 무어의 눈물.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는 내내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울 수가 있지?
아니, 어떻게 저렇게 아무런 맥락도 없이 눈물이 나오냐고?
거울 앞에서 아무리 연습을 해봐도 될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건 분명히 ‘안약’인 거야. 어떻게 표정 하나가 안 구겨지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냐고.' 하지만 그 역시도 석연치가 않았습니다. ‘편집’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던 당시 안약 한 통을 다 쓰고도 도무지 그 절묘한 타이밍을 재현해 낼 수가 없었던 거든요. 그렇게 데미 무어의 눈물은 제가 기억하는 첫 ‘넘사벽’의 체험으로 남았습니다.
눈물에 대한 씁쓸한 기억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물을 잘 챙겨 마시지 않아서 일까요? 제 몸에는 눈물에까지 할당할 여유 수분이 없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친구들은 손수건을 흠뻑 적셔가며 펑펑 울고 나오는 극강의 슬픈 영화에도 제 눈물샘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어쩌다 친구들과 투닥거릴 일이 있어도 상대가 눈물을 보이고 나면 시비를 가리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 저는 영문도 모르는 가해자가 되어 눈만 꿈뻑거릴 뿐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거듭되자 누군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난 또 뭘 잘못한 거냐. 제길.
“원래 그렇게 잘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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