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 번째 편지(2021.3.30)
1시간 반의 인요가 수련이 끝난 후 수련 나눔으로 글쓰기 세션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했던 이완감을 느꼈습니다.”
“몸과 마음이 시원하게 청소된 느낌이에요.”
“푹 자고 일어난 것 같은 개운한 기분이 들어요.”
“수련 직전까지도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편안해요.”
“전신 마사지를 받은 듯한 느낌이에요.”
어디서나 인요가 수련을 하고 나면 흔히 나오는 반응입니다. 저 역시 바로 이런 매력에 끌려 인요가 수련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품었으니까요. 인요가 수련을 통해 그 낯선 감각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것은 분명 제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행복감’이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이루어 냄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놀라운 평화를 몸 하나 겨우 뉘일 수 있는 작은 매트 위에서 내 몸에 가장 친절하고 편안한 자세를 선택함으로써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수련을 마치고 요가원을 나와 만나는 세상은 그 문을 들어가던 한 시간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요가를 중심으로 삶의 우선순위가 재배치되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이 아름다운 요가 수련에 글쓰기를 연결할 마음을 먹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감의 ‘자기 주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입니다. 훌륭한 안내자를 만나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긴 결과로 주어지는 ‘행복감’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때라면 언제라도, 매트 안에서만이 아니라 매트 밖 일상 속에서도 그 평화에 접속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의 ‘본질’을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내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그 평화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나에게 주어지는가?
인요가 수련 후 이어졌던 글쓰기 세션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찾아낸 답변서입니다.
“인요가 수련 중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감각을 재경험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어떤 자세를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단, 이 시간 동안에는 다섯 가지 몸의 감각뿐 아니라 또 하나의 감각인 ‘생각’까지 완전히 허용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자세 안에서 찾아오는 모든 자극들을 마치 생태학자가 된 듯이 정성스럽게 관찰해 보겠습니다.”
주도적으로 선택한 자세로 명상을 마치고 난 후에는 명상 중 관찰한 것을 묘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 볼 글이니 어떤 검열도 없이 만난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자고 했습니다. 충분히 쓰는 시간을 가진 후 각자에게 자세를 선택한 이유와 선택한 자세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했습니다.
“늘 편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선택의 순간이 오면 불편함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불편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아요.”
“내 몸에 늘 머무르는 통증을 탐구해보고 싶어서 통증을 만들어냈던 자세를 선택했어요. 늘 피하고만 싶던 통증이었는데 적극적으로 탐구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조금 다른 느낌으로 통증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가장 편안했던 자세를 선택했는데 몸이 편해지니까 고요해졌던 머리가 다시 번잡스러워졌어요.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들이 올라와 힘들었습니다.”
“그냥 쉬고 싶은 마음뿐이라서 이완자세를 선택했는데 명상이 끝나는 싱잉볼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깊게 잠들었어요. 절대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제 삶의 화두인 균형에 대한 탐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명상 내내 머리로 균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만 알게 되었어요.”
“볼스터를 이용한 트위스트의 편안한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3분 할 때는 기분 좋게 느껴지던 감각이 시간이 길어지니까 불편함으로 변하는 것을 봤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경험에 개입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습니다. ‘그건, 이래서 그래요. 이건 저래서 그래요.’ 그간 인요가가 만들어주는 평화의 본질에 대해 탐험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들을 나눠주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나 숨을 고르며 그 충동을 놓아버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 더 깊은 지혜가 그들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요가는 건, 인대 등 단단하고 드러나지 않아 쉽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조직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수련법입니다. 치아교정과 견인치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작고 미세한 변화를 꾸준히 지속해 가다 보면 어느샌가 원하는 변화를 만나게 되잖아요. 변화의 열망과 변화에 대한 저항을 모두 받아들이고 그 열망과 저항의 경계를 다뤄가는 것이 인요가 수련의 핵심입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 말씀드렸던 인요가 수련의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시죠? 첫 번째 몸의 저항을 세심히 탐험한 후 적당한 깊이를 선택해 들어간다. 두 번째 충분한 시간(육체적 몸의 경우 3~5분) 동안 유지한다. 세 번째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유지하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반응을 고요히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것이 육체적인 몸에만 적용될 리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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