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편지(2020.12.8)
“세계 신화가 지니는 공통의 주제는 궁극의 중심에 이르려는 인간 정신의 욕구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군요?”
“아니지, 그게 아니오. 살아 있음의 ‘경험’을 찾는 것이지요”
세계적인 비교종교학자 조셉캠벨과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의 대담을 엮어 만든 바카라 『신화의 힘(Power of Myth)』에서 이 구절을 발견했을 때를 기억합니다. 하품을 한 것도 아니고, 슬픔을 느낀 것도 아니었는데 눈꼬리에서 자꾸만 눈물이 졸졸 흘러내렸습니다. 영문을 알 길이 없었지만 호흡이 깊어지며 온몸 구석구석의 긴장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바로 이 느낌이 캠벨이 말한 바로 그 ‘살아 있음의 경험’ 인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나랑 아무 상관없는 오래된 신들의 이야기’,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뜬금없는 옛날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신화’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틈만 나면 바카라장을 열고 그들의 모험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궁극의 중심을 찾아가는 영웅들과 울고 웃는 이야기 속에서 저는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카라장을 덮고 난 다음의 일상이었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지혜와 힘으로 새로운 삶을 열어내는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야기 밖의 제 삶은 좀처럼 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아니 이야기 속에서 ‘살아 있는 경험’이 늘어갈수록 이야기 밖의 삶은 더 말라비틀어져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바카라에 빠져 사느라 돌보지 못한 몸이 자꾸만 경고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육체를 가진 인간인 제가 감히 ‘신’의 경지를 넘본 벌을 받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위대한’ 남의 이야기를 머리로 대신 사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더 이상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그렇게 ‘신화’를 포기하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와 처음 한 선택이 요가였습니다. 당연히 ‘살아 있음의 경험’ 따위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떻게든 ‘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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