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번째 편지(2020.11.3)
“딸,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응”
“그럼, 엄마는 먼저 근처만 좀 돌아보고 올게.”
“어”
아이의 집중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충분히 자신의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엄마인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이가 움직이고 싶어질 때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길안내를 할 수 있으려면 근방이라도 미리 살펴두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발걸음을 떼려고 하니 아무리 공원 안이라지만 아이를 혼자 두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어쩌지?
그때였다.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요 앞까지인데 뭐. 그렇게 조금 더 미로 속으로 들어가자 눈앞에 표지판이 보였다.
미로공원에서 5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5%,
10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10%,
30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80%,
1시간 안에 종을 울릴 확률 95%,
1시간이 넘도록 헤맬 확률 5%
나도 모르게 시계를 꺼내 들었다. 미로로 들어온 지 15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아직 입구에서 몇 미터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벌써 15분이 지났으니 상위 10%는 이미 물 건너갔네. 30분 안에라도 종을 울릴 수 있으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야 그렇다 쳐도 아이에게 벌써부터 루저의 삶을 경험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애써 다스려놓았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서둘러 아이에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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