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편지(2020.9.22)
안녕, 소라게야. 잘 지내고 있니? 모래 위 파도가 내어놓은 물길에서 춤추듯 헤엄치고 있던 모래빛깔 작은 물고기들과 용암이 바다와 만나면서 만들어진 바위의 공기구멍마다 마치 꼭 맞는 뚜껑처럼 앉아있던 따개비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맞아. 나야. 지난 7월 세찬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의 어느 오후, 그 바닷가 바위틈에서 별처럼 반짝이며 움직이고 있던 너의 모습에 넋을 잃어버렸던 암컷 인간. 예상했겠지만 나는 잘 살고 있어. 다 너희들 덕분이지.
그날 거기서 너희를 만난 이후 참 많은 것이 달라졌어. 조금 과장을 하자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 순간 너희와 나 사이에 흐르던 그 깊고 단단한 연결감을 잊을 수가 없어. 너희는 내게 대체 뭘 한 거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그날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아직 납득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어. 어렴풋이 알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합리적으로 설명해 낼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다 알아차리게 되었지. 내가 여전히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낡은 신념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정신이 번쩍 났어. 이대로라면 조만간 나조차도 그날 우리 사이에 있었던 그 선명한 진실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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