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편지(2020.9.8)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가슴을 울렸다. 내가 그리 표현하고자 애쓰던 바로 그것을 어찌 이리도 맛깔나게 그려놨는지. 도무지 손이 닿지 않아 끙끙거리던 등 한가운데를 시원히 벅벅 긁어내리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신간을 함께 기다리던 그가 떠올라 바카라 한 권을 더 주문했다. 그렇게 바카라 두 권을 들고 신간축하 모임으로 작가를 만나러 갔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내 바카라에 사인을 받고 또 한 권을 내밀며 선물 받을 그의 이름을 말하자 작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그에게 직접 선물하는 바카라인 듯 정성스레 메시지를 써 내려갔다. 그의 펜 끝을 따라가던 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끼는 OO에게? 이 사람, 왜 이래? 그렇게 아끼면 본인이 직접 선물할 것이지. 왜 내가 그에게 주는 선물을 자기 것처럼 그러냐고? 아니지, 내가 누굴 탓해. 내가 얼마나 만만해 보이면 저러겠어. 결국 그도 내가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린 거야. 내가 그렇지. 내가 더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다 내가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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