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기다리는 시간

스물네 번째 편지(2020.8.3)

by아난다
엄마 나이 서른다섯은 위험한 나이 (1080 x 1080 px) (31).png


엄마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내가 딸아이만 했을 무렵, 그러니까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 대신 들큰한 냄새가 나를 맞았다. 십팔 평 군인아파트의 복도 같은 거실을 통과해 안방문을 열면 쓰러져 자고 있는 엄마 곁에 이불산이 우뚝 서있었다. 수건도 아니라 아예 이불로 덮어두었던 건 어떻게든 나에게 토사물을 들키고 싶지 않은 취한 엄마의 단속였을지도 모르겠다. 몰랐으면 하는 거라면 모른 척해주는 게 예의지.


문을 쾅 닫고 방을 나와 주방에 걸려있는 달력에다 엑스표시를 했다. 이번 달만 벌써 며칠 째야.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돼지기름이 굳어있는 김치찌개를 데운다. 국그릇에 밥을 푸고 그 위에 김치찌개를 얹여 식탁에 놓는다. 숟가락으로 꾹꾹 눌어 찬밥덩어리를 김치찌개에 풀어내고 식탁 위에 놓여있던 꽈리고추를 하나 집어 밥에 올린다. 한입 베어 문다. 방 안에서 맡은 토사물 냄새와 비슷한 맛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왜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여가지고. 나보다도 더 글씨를 못 쓰는 엄마. 주민등록초본 두 장을 꽉 채울 정도로 이사를 다니면서도 전입신고 한번 손수 하지 못하는 여자. 못 배워 처먹은 여자. 십 원 한 장도 못 벌어오는 여자. 그게 우리 엄마다. 십팔 평 좁은 아파트에 친정, 시가 군식구들 다 치러내고도 고맙다는 공치사 한번 못 듣는 여자. 나랑은 다른 세계에 속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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