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0.7.27)
그러던 어느 날, 툭! 몸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현실 속 공간이 아득해졌다. 속수무바카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 후들거리는 다리로 상사에게 다가갔다. 과장님, 제가 컨디션이... 누가 봐도 이를 악물고 참고 있던 내가 보낸 첫 구조요청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던지 괜찮다는 나를 굳이 후배직원의 차에 태웠다.
미안해요. 괜히 기석씨만 번거롭게 하네. 차 안에서의 불편한 침묵 속에 마지막 남은 기운마저 다 써버린 나는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열고 들어가 쓰러졌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자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무렵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이렇게 온라인 게임과 가정을 오가며 죽던지, 남은 시간이라도 편안하게 지내다 죽던지. 상황이 그 지경이 되고 나서야 사직서를 낼 수 있었다.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것은 퇴직을 하고도 한 참 뒤, 제가 아프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아픈 아이를 돌보듯 돌보아야 할 존재임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일상을 완전히 재배치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를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하고 싶다는 게 있으면 성과를 기약할 수 없다고 해도 어떻게든 해주려고 했습니다.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불안이 수시로 올라왔지만, 행여나 괜한 자극을 해 가까스로 달래 놓은 제가 다시 고꾸라질까 봐 내색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끔 ‘아~ 이게 행복인가 보다’ 하는 순간도 맞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가 되겠다는 생각, 뭘 이뤄내겠다는 욕심’이 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제가 아닌 누군가를 찾아 헤매느라 방치되어 있던 지금 여기의 제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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