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0.7.14)
눈감은 채로 얼마나 누워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불을 빠져나올 무렵 시계는 5시 16분을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벌써 일어났어?”
“그냥 눈이 떠지네.”
다시 잠든 남편을 남겨두고 새 속옷과 요가복을 챙겨 욕실 문 앞에 내려놓습니다. 걸친 옷을 하나씩 벗어내다 열린 문 안의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퀭하게 총기를 잃은 눈빛과 유난히 짙어진 팔자 주름. 뒤를 돌아 화장대 거울에 비친 나도 생기 없고 축 처져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있자니 더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아 서둘러 칫솔에 치약을 짜 얹고 눈을 감습니다.
민트향 솔이 닿는 곳마다 텁텁함이 상쾌함으로 바뀌어갑니다. 마지막 물양치를 마치고 나자 한결 기분이 나아집니다. 샤워부스로 들어가 물을 틀었습니다. 눈을 감고 한참 물을 맞고 있다 살짝 실눈을 뜨고 샴푸를 펌핑합니다.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두피를 씻어냅니다. 문지를 때마다 퍼져나가는 허브그린 향과 거품 적은의 뻐덕한 텍스쳐에 현미밥 같은 안도감을 느낍니다. 아침 첫 의례는 몸을 닦은 수건으로 욕실 거울을 닦아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거울을 보니 아까보다는 조금 생기가 돌아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침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까지 한 시간 반은 족히 남았습니다. 얼마 전 바카라상을 옮겨놓은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바카라상 위에 어제저녁 꺼내놓은 바카라이 한 권 놓여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바카라을 펼쳐 읽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 변화가 필요한 당신에게’라는 챕터 안에 ‘때로는 포기가 삶을 이어줍니다’라는 꼭지에서 눈이 머뭅니다.
10년째 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합격의 문 앞에서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버려 이제는 붙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 할 일이 없어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남자. 설상가상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상해 이제는 바카라상 앞에 앉아있기도 힘든 그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의 지혜’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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