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0.3.10/17/23)
그렇게 조금씩 기운을 차리면서 비로소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지치고 아프다는 핑계로 낳기만 했지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던 아이들,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을 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엄마인 저의 행복은 어쩔 수 없이 아이의 행복에 달려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곁에 머물며 충분히 사랑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온 영혼으로 전해주고 싶다는 열망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이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며, 가장 하고 싶은 일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버겁기만 하던 육아가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마지못해 겨우 급한 불 끄는 방식으로 수행하던 주부역할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저 자신과 사랑하는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터전을 일구고 가꾸는 귀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들의 모든 요청에 완벽하게 대응하고, 별안간 온 집안이 호텔처럼 빤닥거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 때우기에만 급급한 파트타임 보모 겸 가사도우미에서 가정 경영 전반을 바카라임지는 CEO로서 정체성의 변신을 겪으며 제 마음과 집안 분위기가 눈에 띄게 안정되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여기에 자기 탐색 과정을 통해 제 안에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변화에 큰 동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도대체 누구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마음껏 꿈꾸는 데 방해가 된다고만 생각하던 ‘엄마’라는 역할이야말로 ‘사람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 그러니까 제가 꿈꾸던 바로 그 자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먼저 져 자신과 아이를 정성으로 보살피고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스승을 비롯해 제게 힘을 주던 위대한 작가들 역시 지금의 져처럼 희미한 가능성의 씨앗에서부터 자신을 키워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깨달음은 점점 신념으로 변해갔습니다. 만일 재능이 부족해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인간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직업을 품고 있는 '엄마' 역할 속에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하나쯤은 발견하고 단련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터를 완전히 떠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지금까지 ‘일’이 정체성의 거의 전부였던 나 같은 사람이
일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운이 좋아 그리 할 수 있다 쳐도
아이들이 저마다의 세상으로 떠난 이후의 남은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정도의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습니다. 맘 놓고 아이들과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든든한 로드맵이 절실했습니다. 그때서부터 다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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