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지(2020.2.18)
돌이켜보면 그 가을 저는 지독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당시의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자신이 인생 어디쯤인가에서 저지른 엄청난 실수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도대체 거기가 어디였을까?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걸까?
있는 힘을 다해 추적해 보다가도 이내 ‘알아낸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뭐야. 이미 돌이킬 수도 없는 일들인 걸.’하며 의기소침해지기를 무한반복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잠든 큰 아이를 둘러업고 나가는 남편을 따라 둘째를 안고 서둘러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바카라 한 권이 보였습니다.『익숙한 것과의 결별』, 출산 휴가를 보내고 있을 무렵 어린 나이에 어찌 저런 생각을 하고 또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며 지독히 부러워하던 한 젊은 실업가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 급하게 사들였으나 도저히 읽을 짬을 만들지 못해 몇 달째 바카라꽂이에 꽂아만 두던 바카라.
그 바카라이 어찌하여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어쩐지 그날만은 도저히 그 바카라을 두고 나갈 수가 없었다는 것 뿐. 아이를 안은 팔 사이로 가까스로 바카라을 챙겨 집을 나왔습니다. 시댁에 아이들을 맡겨놓고 출근하는 차에 올라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첫 장을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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