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바위

밤 한 톨과 대추 한 개

by꽃님


옛날 옛날 아주 옛날 어느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 성격이 고약한 며느리와 그보다 더 고약한 시어머니 그리고 어리숙한 나무꾼이 살았어요. 며느리는 매일 화를 내고 혼만 내는 시어머니 때문에 늘 불만이 많았어요. 시어머니는 일도 서툴고 느린 며느리가 못마땅했어요. 시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며느리 흉만 보았어요.



"우리 며느리는 손이 커서 음식을 너무 많이 해. 아깝게 다 못 먹고 버리기 일쑤지."


"우리 며느리는 손이 느려서 바느질 하나 제대로 못해. 저고리며 바지며 꿰맨 곳이 삐뚤빼뚤해서 옷을 입을 수가 없어."

동네 사람들과 마을 정자에 앉아서 자기 욕을 하는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며느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어느 날 시어머니 생신날이 되었어요. 며느리는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밥과 멀건 미역국에 굴비 1마리, 나물 조금 올려서 상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시어머니 앞에 상을 내려놨어요. 시어머니는 밥상을 한동안 바라보다 일그러진 얼굴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고 미역국을 맛보았어요. 그리고 굴비 몸통을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였어요. 젓가락을 상위에 던지며


"밥은 설익었고 국은 짜구나. 굴비는 다 익지도 않아 비린내가 진동한다. 너는 지금 이걸 이 시어미 먹으라고 차린 거냐?"


라고 며느리를 쏘아보며 말했어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며느리를 보며


"입맛이 없구나. 가지고 나가거라!"


하더니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어요.



그날 밤 며느리는 속이 상해 남편인 나무꾼에게 하소연을 했어요.


"어머니는 왜 나를 미워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멀쩡한 밥은 설익었다고 하고 멀쩡한 국도 짜다고 했어요. 왜 날 못살게 괴롭히는지 정말 화가 나요!"


어리숙한 나무꾼은 말주변이 없어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저


"당신이 좀 참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어요.


"내가 소하고 말을 하지. 맨날 같은 말만 하는 당신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다고. 말을 말아야지! 아이고, 내 팔자야!"


며느리는 벗어놓은 버선으로 방바닥을 때리면서 자기 신세를 한탄했어요.




다음 날 시어머니는 장에 나간다고 했어요.
시암탉 한 마리와 계란 한 판을 팔아서 겨울에 입을 누빔옷을 만들 솜을 사 오겠다고 했어요.
며느리는 겨우내 얇은 무명천으로 만든 저고리와 치마를 여러 겹 입고 고생을 한 터라 이번 겨울엔 자기도 따뜻한 누빔옷을 입고 싶었어요.
장에 다녀온 시어머니 손에 솜이 든 보따리를 보며 며느리는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어머니, 이번 겨울에는 저도 누빔옷을 만들어 입고 싶어요."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노려보며


"너는 집안에서 놀면서 누빔옷까지 입어야겠니? 누빔옷은 추운 겨울 나무하러 가는 네 신랑 한 벌 만들어주고 나는 늙어서 추위를 견디기 힘들잖니? 나머지는 내 것을 만들어라."


하며 며느리 앞에 보따리를 던졌어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더욱더 미워졌어요. 시어머니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며느리는 건넌 마을의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어요.


"어떻게 하면 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실 수 있나요?"


"왜 그러시오?"


"시어머니는 날 끔찍하게 미워하고 싫어해요. 날 못살게 굴어요. 이러다가는 내가 제명에 못 살 것 같아요. 내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무당은 쌀 알을 상위에 뿌리더니


"뒷산에 가서 밤을 한 자루 따고 대추를 한 자루 따서 빛이 안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간에 보관해 두었다가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시어머니 밥 위에 삶은 밤 한 톨과 대추 한 개를 올려서 드리세요. 그러면 석 달 뒤면 모든 게 끝날 것이오."


며느리는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와 당장 뒷산으로 가서 밤과 대추를 따와서 무당이 시킨 대로 햇빛이 안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간에 두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시어머니 밥 위에 삶은 밤 한 톨과 대추 한 개를 올려서 드렸어요.

밥상을 받은 시어머니는 밥 위에 있는 밤 한 톨과 대추 한 개를 보더니 깜짝 놀랐어요. 의아했지만 별 의심 없이 밥을 먹었어요. 달달한 밤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어요. 잘 말린 대추는 향도 좋고 쫄깃쫄깃 맛있었어요. 시어머니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런 모습을 보던 며느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자기 계획대로 시어머니가 아무 의심 없이 밥을 먹었기 때문이에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 나흘... 어느덧 한 달이 지났어요. 시어머니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밥 위에 밤 한 톨과 대추 한 개가 올려지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았어요.


"내가 그동안 며느리한테 잘 못해줬는데 며느리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날 이렇게 챙기는구나. 내가 며느리를 잘못 봤나 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상을 들일 때마다 기분 좋게 웃고 있었어요. 언제부턴가 밥이 설익었다거나 국이 짜다거나 하는 핀잔을 주지 않게 되었어요. 그저 며느리를 보며 미소를 보일 뿐이었어요. 며느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왜 뭐라고 안 하시지?'


며느리는 기분이 이상했어요.
며느리가 빨래를 하러 빨래터로 가고 있었어요. 마을 정자를 지날 때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시어머니가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 며느리는 정성이 지극해. 내 건강을 위해서 매일 밥 위에 밤과 대추를 올려서 주지 뭐야. 우리 며느리가 최고야!"


하며 며느리를 칭찬했어요. 마을 사람들도 함께 며느리를 칭찬했어요.
며느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시어머니가 갑자기 자기를 칭찬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부를 때는 "아가야."라고 불렀어요. 처음에 며느리는 어색했어요. 그런데 자꾸 듣다 보니 나쁘지 않았어요.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집안일을 할 때면


"우리 예쁜 아가야, 쉬엄쉬엄 하거라. 몸 상하면 안 된다."


라며 따뜻한 말을 해주었어요. 처음에
며느리는 어색했어요. 그런데 자꾸 듣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어느 날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불렀어요.


"아가야, 내가 눈이 나쁘니 바늘에 실을 꿸 수가 없구나. 네가 10개의 바늘에 실 좀 길게 꿰 주겠니?"


"네, 어머니."


며느리는 왜 시어머니가 바늘을 꿰달라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었어요. 그 뒤로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며느리는 무당이 한 말처럼 시어머니 건강이 나빠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드디어 무당이 말한 석 달이 되는 날이 다가왔어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따뜻한 말과 미소를 떠올렸어요. 다시는 시어머니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웠어요. 며느리는 몹시 괴로웠어요. 이대로 시어머니를 보낼 수 없었던 며느리는 시어머니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어요.


"어머니! 안 돼요!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방 안으로 들어온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 넙죽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어요. 그 모습에 놀란 시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며느리는 고개를 들어 시어머니를 바라봤어요. 시어머니 손에는 누빔저고리가 들려 있었어요.


"우리 아가 주려고 누빔옷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깜짝 놀랐구나."



며느리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어요.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그대로 건넌 마을 무당의 집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어요.


"제발! 저희 어머니 좀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무당은 며느리를 내려다보더니


"이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겠느냐? 미움도 정성과 따뜻한 말 앞에서는 사랑으로 바뀔 수 있단다.
상대를 바꾸려는 행동이 결국 자신의 마음까지 변화시키느니라."


"네? 무슨 말씀이세요?"


"네 시어머니는 죽지 않을 거다. 어서 가서 남은 여생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봉양하거라. 그것이 바로 효도니라."


바닥에 엎드려 울던 며느리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무당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부처님을 닮은 바위만 서 있었어요.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가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셨어요.
훗날 사람들은 부처님 형상의 바위를 효도 바위라고 불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