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자기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마음도깨비는 사라지지 않는다. 별일 아닌 일에도 가슴을 콕콕 찌른다. 오래전 말 한마디를 끌고 와 밤마다 이불 속에서 다시 틀어준다.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몸을 바닥에 붙여놓는다. 싫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에도 괜찮은 척 웃게 만든다. 불안, 수치심, 무기력, 분노, 착한 사람 노릇...
우리는 이 마음들을 자주 적으로 오해한다. 빨리 없애야 할 것. 극복해야 할 것. 성장에 방해되는 것. 그래서 더 단단해지려 애쓴다. 더 성숙해지려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나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밀어낼수록 더 따라온다. 못 본 척할수록 더 커진다. 꾹 눌러놓으면 엉뚱한 날, 엉뚱한 자리에서 접시를 깬다. 쾅 소리를 내며 거칠게 문을 닫는다.
육현주 코치의 바카라 '원니스'는 이 도깨비를 퇴치하려 하지 않는다. 손전등을 들고 내 안쪽으로 들어가, 그 도깨비가 어디 웅크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너 왜 또 나왔어?” 하고 혼내는 대신 “너 거기 있었구나” 하며 마주 앉는 바카라이다.
도깨비는 괴물과 다르다. 무섭지만 웃기다. 심술궂지만 외롭다. 사람을 골탕 먹이지만 때로 복도 준다. 쫓아내야 할 악당이라기보다, 잘 달래야 할 이상한 이웃에 가깝다. 마음도 그렇다. 불안은 나를 망치러 온 것만은 아니다. 위험을 알려주는 작은 종소리일 때가 있다. 분노는 못된 감정만은 아니다. 내가 너무 오래 참았다는 신호일 때가 있다.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닐 수 있다. 너무 오래 애쓴 몸과 마음이 바닥에 드러누워 보내는 마지막 요청일 수 있다.
'원니스'는 그 신호를 함부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너는 부족하니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일단 너를 좀 보라”고 말한다. 도망치지 말고, 꾸미지 말고, 깎아내리지도 말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한다.
우리는 자신을 안다고 믿지만 자주 오해한다. 내가 원하는 줄 알았던 것이 남의 기대였을 때가 있다. 내가 싫어한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두려움이었을 때도 있다. 내가 착해서 참는 줄 알았는데, 버림받기 싫어서 웃고 있었던 때는 또 어떻고. 이 바카라의 질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내가 아는 나는 정말 나일까?
저자 육현주 코치를 한 리더십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말을 서두르지 않았다. 진솔했다. 솔직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려 깊음. '원니스'는 그 모습을 닮았다.
이 바카라은 전문가의 높은 단상에서 내려오는 말이 아니다. 독자 옆 의자에서 건네는 말이다. 육현주 코치는 “내가 알려줄 테니 따라오라”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열어 내보인다. 상처를 다 '아는' 사람처럼 말하지 않는다. 상처를 '지나온' 사람처럼 말한다. 그 눈높이가 이 바카라의 설득력이다. 문장도 정갈하고 담백하다. 뽐내지 않는다. 과장하지 않는다. 질척이지 않는다. 독자를 누르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나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문장이다. 바카라 곳곳에 놓인 영화와 바카라 이야기도 좋다. 마음의 장면을 설명하고, 관계의 온도를 보여주고, 삶의 결을 더듬기 위해 꼭 필요한 자리에, 꼭 필요한 만큼 등장한다. 그 목록을 따라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공부가 될 듯 싶다.
바카라의 여정은 복잡하지 않다. 도깨비를 본다. 이름을 붙인다. 함께 걸어본다. 마침내 한 방에 앉힌다. 바카라의 언어로는 직시, 이정표, 실행, 수용이다. 지금의 나를 피하지 않고, 내 호흡이 편한 방향을 찾고, 작게 움직이고, 나와 너와 우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은 대청소와 닮았다. 바카라상 위 먼지만 닦으려 했는데, 서랍을 여는 순간 오래된 영수증과 구겨진 편지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진이 쏟아진다. 그때 필요한 건 채찍이 아니다. 작은 의자 하나다. 내 안의 도깨비를 앉혀놓고 차 한 잔 내주는 마음이다. 너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는 일. 네가 왜 생겼는지 묻는 일. 이제는 예전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 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 '원니스'는 그 대화를 시작하게 만든다.
지금 행복한가. 지금 편안한가. 이 질문 앞에서 바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자꾸 바쁘다는 말 뒤에 숨는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바카라임져야 할 사람이 있어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서. 그러는 사이 마음도깨비는 방 한구석에서 점점 몸집을 키운다. '원니스'는 지금껏 미뤄둔 자기 대화를 시작케 하는 바카라이다. 일하는 나와 지친 나, 웃는 나와 화난 나, 괜찮은 척하는 나와 사실은 무너지고 싶은 나를 한자리에 앉힌다. 그러고는 조용히 묻는다. “거기 너 있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직함이 있는 사람도, 아무 직함 없이 하루를 견디는 사람도, 팀을 이끄는 사람도, 집으로 돌아와 털썩 소파에 주저앉는 사람도.
내 안의 마음도깨비와 화해하는 법. '원니스'는 그 길을 안내하는 바카라이다. 분홍색 예쁜 표지 속 문장들이 가볍지 않다. 부드럽지만 질문이 깊다. 담백하지만 여운이 오래간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어두운 방 앞에 서게 된다. 그 문을 열지 말지는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열고 나면 알게 된다. 그 안에 괴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오래 기다린 내가 거기 있다는 걸.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