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에서 본 몰입: 유아림 피아노 독주회

[방구석5분혁신.일상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클래식 공연장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다. 그날도 특별한 준비 없이 연주회를 찾았다. 어린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 건반 앞에 앉았다. 잠깐 심호흡을 하곤, 이내 연주가 시작됐다. 제일 앞줄에 앉아서였을까, 피아노 소리와 함께 연주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반부는 쇼팽의 세 곡으로 채워졌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첫 곡은 야상곡 제12번 G장조 Op.37/2.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지만,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난이도가 높다는 설명이 많았다.


두 번째 곡은 뱃노래(Barcarolle) F-sharp장조 Op.60. 쇼팽 후기 작품 중 난곡으로 꼽히는 곡이란다. 12/8 박자의 흔들리는 리듬 위로 오른손의 더블 노트가 계속 이어지고, 복잡한 폴리포니가 얽힌다. 특히 후반 클라이맥스에서는 양손이 완전히 따로 움직이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연주자의 손에서 나오는 소리의 무게와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미션 전 마지막 곡은 폴로네즈 환상곡 제7번 A-flat장조 Op.61. 쇼팽 말년의 대형 작품. 리스트조차 그 파격적 구조와 우울함에 당혹스러워했을 만큼 난해한 곡이다. 기술을 넘어 음악적 성숙도가 중요한 곡이라는 얘기.


후반부는 24개의 전주곡 Op.28 전곡이었다. 쉬지 않고 약 40여 분 동안 이어지는 프로그램. 각 곡은 짧지만, C장조부터 d단조까지 모든 조성을 순환한다. 폭풍 같은 타건이 필요한 16번부터 정적이 감도는 15번 '빗방울'을 거쳐 24번의 격렬한 종결까지 이어졌다. 검색해 보니 이 전곡 연주는 체력, 집중력, 해석력을 종합적으로 시험하는 무대라고 한다. 많은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커리어의 이정표로 삼는 레퍼토리란다.


음악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니, 곡의 구조나 해석, 연주의 기술적 역량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공연장 앞줄에서 연주자의 표정과 몸짓을 봤다. 타건하는 순간 순간을 지켜봤다. 뭔가 애쓰는 기색이 아니라, 음악의 흐름과 일체화된 얼굴. 건반 앞에서 연주자가 보여준 몰입의 밀도는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어린 나이를 지워내는 무거운 집중력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한 사람이 하나의 대상에 그토록 오래, 그렇게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본 것. 그것만으로도 귀한 시간. 역시, '금호 영재'라는 타이틀이 쉬이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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