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취업 준비의 룰이 바뀌고 있다

[방구석5분혁신.대학생 취업전략]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라면 요즘 뭘 준비해야 할지 헷갈릴 만하다. 기업마다 AI 인재를 찾는다고 하니 코딩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몇 달 지나니 AI가 코딩까지 대신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자소서는 AI가 써주고, PPT도 만들고, 데이터도 분석한다. 열심히 익힌 기술 하나가 졸업하기도 전에 평준화될 수 있는 시대.


특히 문과생의 불안은 더 크다. 한동안 취업시장에는 ‘문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돌았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대 철학과의 취업률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취업률을 앞질렀다는 기사가 나왔다. 세계적인 AI 기업들이 철학자와 윤리 전문가를 찾는단다. 국내 기업들도 인문학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채용 과정에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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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의 시대가 다시 온 걸까. 아니다. 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문과냐 이과냐보다,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인간이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1. AI가 먼저 없애는 건 ‘신입의 일’이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들어가면 원래 쉬운 일부터 배웠다. 자료를 찾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엑셀 표를 만들고, 보고서 초안을 썼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선배에게 깨지고 고치면서 조금씩 일을 배웠다.


그런데 AI가 잘하는 일을 가만히 보면 바로 이런 업무다. 검색하고, 요약하고, 정리하고, 초안 쓰고, 간단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문제는 단순 업무 몇 개가 사라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신입이 일을 배우던 훈련의 기회가 함께 사라진다.


예전에는 자료를 잘 찾는 것이 일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찾아야 할지 정해야 한다. 보고서를 잘 쓰는 것이 일이었다면 어떤 주장을 담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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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의 신입은 묘한 요구를 받는다. 경력은 없는데 경력자처럼 생각해야 한다. AI 시대 취업이 어려운 이유를 일자리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신입에게 요구되는 사고의 높이까지 함께 올라가고 있다.


2. 그런데 왜 AI 회사는 철학자를 뽑을까


더 흥미로운 변화는 AI 산업 한복판에서 벌어진다. AI 회사라면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철학, 윤리, 슬롯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연구에 참여한다. AI가 똑똑해질수록 기술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늘어나서다.


AI가 사람을 평가한다면 무엇을 공정하다고 볼 것인가.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면 어떤 기준을 우선할 것인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바카라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간의 결정을 어디까지 AI에게 맡겨도 되는가. 이런 질문에는 코드만으로 답하기 어렵다. 기술의 성능 문제가 인간과 슬롯의 문제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채용 방식이 달라지는 이유도 비슷하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는 동시에 정답 없는 문제 앞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려 한다. 도구 사용 능력만으로는 그 사람이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철학자를 채용한다는 사실에서 ‘철학과가 뜬다’는 결론을 내리면 핵심을 놓친다. 중요한 것은 전공이 아니라 생각의 역할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3. ‘문송의 반전?’ 질문부터 틀렸다


그렇다면 이제 문과가 유리해지고 이과가 불리해지는 걸까. 이런 식으로 보면 또다시 오래된 프레임에 갇힌다. 문과생이라고 자동으로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을 전공했다고 논리적인 것도 아니고, 문학을 공부했다고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개발자라고 기술만 알면 되는 시대도 아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사용자가 왜 그것을 필요로 하는지, 기술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결국 양쪽 모두 상대편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문과생은 기술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이과생은 사람과 맥락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전공의 의미도 달라진다. 전공은 ‘내가 무엇을 배웠는가’를 증명하는 간판보다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렌즈가 되어야 한다. 슬롯학을 공부했다면 집단과 구조를 남들과 다르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심리학을 공부했다면 사람의 행동과 동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을 공부했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로 필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질문은 문과냐 이과냐가 아니다. 내 전공으로 남들이 놓친 어떤 문제를 볼 수 있는가다.


4. 같은 AI를 쓰는데 왜 결과는 다를까


앞으로 대부분의 지원자가 비슷한 AI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문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AI 사용 경험 자체만으로는 금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AI를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썼는가다.


AI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가. 여러 답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기준이 있는가. 애초에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능력을 한마디로 판단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판단력은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능력이 아니다. 실제 문제를 놓고 선택하고, 버리고, 수정해본 경험에서 생긴다.


AI 시대의 경쟁력을 굳이 공식으로 만든다면 이렇다.


"AI 활용 능력 × 자기 분야의 전문성 × 판단의 경험"


셋 중 하나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AI만 잘 쓰면 비슷한 사람이 너무 많다. 전문지식만 있으면 지식을 실제 문제에 연결하지 못할 수 있다. 생각만 깊고 실행하지 못하면 결과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 가지를 한 문제 안에서 연결해본 경험이다.


5. 이제 포트폴리오에는 ‘생각의 흔적’을 남겨라


여기서 취업 준비 방식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포트폴리오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공간에 가까웠다.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무슨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어떤 디자인과 보고서를 만들었는지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AI가 결과물 제작을 빠르게 도와주기 시작하면 완성된 결과물만으로는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멋진 PPT와 보고서, 영상과 코드가 점점 흔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된 ‘그늘로’ 앱을 보자. 서울대 수학교육과 재학생 유민준 씨는 복학을 앞두고 학교를 오가다 한여름 땡볕을 피해 걸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기존 지도 앱은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하지만 40도 가까운 폭염에서는 3분 빨리 가는 것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늘로 걷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그늘로’다. 건물 그림자와 태양의 위치 등을 계산해 햇빛을 덜 받는 길을 찾아주는 앱이다. 유 씨는 AI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약 2주 만에 서비스를 구현했고, 2026년 8월에는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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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 남들이 그냥 더워했던 순간에 그는 문제를 발견했다. ‘어떻게 더 빨리 갈까’라는 기존 길찾기의 질문을 ‘어떻게 햇빛을 덜 받고 갈까’로 바꿨다. 문제를 다시 정의한 뒤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AI를 활용해 빠르게 구현하고, 실제 사용자의 반응을 받으며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한 불편이었다. 제작자 스스로도 처음에는 자신이 쓰려고 시작한 앱이었다고 설명했다.


취업 준비생에게 중요한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포트폴리오에 ‘그늘로 앱을 만들었다’는 결과 하나만 적혀 있다면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다. 하지만 왜 기존 지도에서 문제를 느꼈는지, 어떤 질문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AI에게 무엇을 맡겼는지, 사용자 반응을 보고 무엇을 바꿨는지까지 보여준다면 전혀 다른 포트폴리오가 된다.


AI 시대의 포트폴리오는 ‘무엇을 만들었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했는가’로 이동한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늘로 역시 세계적인 난제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등굣길이 너무 덥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불편에서 시작했다. 학교 안에도 문제는 많다. 축제 노쇼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고, 동아리 신규 회원이 왜 빠져나가는지 분석할 수도 있다. 학교 앞 상권의 변화나 학생회 SNS의 낮은 조회율을 연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크기가 아니다. 남이 준 과제를 잘 수행한 경험보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해, 끝까지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가다.


자격증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자격증 하나를 더 따는 것만으로 불안을 덮으려 하기보다 실제 문제 하나를 끝까지 해결해보는 경험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6. 취업 준비의 마지막 질문이 달라졌다


면접도 같은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AI는 웬만한 자기소개서와 예상 면접 답변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완성된 답변 자체의 희소성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 면접관은 답변 다음을 보게 된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반대 의견에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조건이 바뀌면 선택도 바뀌는가. 실패했다면 무엇을 수정할 것인가. AI가 다른 답을 냈다면 어느 쪽을 믿을 것인가.


외워온 답은 여기서 흔들린다. 반대로 자기 생각으로 결정한 사람은 질문이 깊어져도 자신의 판단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면접 준비도 예상 질문 백 개의 답을 외우는 것보다 자신의 경험 하나를 깊게 파보는 쪽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왜 그 문제를 선택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고, 무엇을 잘못 봤으며,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꿀지를 스스로 묻는 것이다.


과거의 취업 준비는 주로 ‘무엇을 더 갖출 것인가’를 물었다. 자격증 하나, 점수 몇 점, 프로젝트 하나를 더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AI 시대에는 다른 질문이 하나 더 필요하다. "나는 어떤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바카라임질 수 있는가."


AI는 앞으로 더 많은 답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래서 답을 만드는 능력만으로는 점점 차별화하기 어려워진다. 같은 AI를 써도 다른 결과를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남들과 다른 문제를 발견하고, 결과를 의심하고, 자기 기준으로 선택하고, 그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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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의 출발점도 여기서 달라진다. ‘무슨 스펙을 하나 더 쌓을까’보다 먼저 물어볼 질문이 있다. 같은 AI를 쓰고도 나는 무엇을 다르게 볼 수 있는가. AI 시대의 취업 경쟁력은 그 차이에서 시작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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