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달리는데, 전력망은 걷는다

[방구석5분혁신.AI와 전기]

by뿌리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 경쟁은 더 좋은 모델과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는 싸움처럼 보인다. 어느 AI가 더 똑똑한가. GPU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HBM은 누가 더 많이 공급할까. 시선은 모델과 반도체에 쏠린다.


하지만 AI가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GPU에는 전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는 변전소가 필요하다. 전력이 끊길 때를 대비해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무정전 전원장치)와 배터리, 비상발전기를 갖춰야 한다.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힐 냉각설비도 필요하다. AI가 커질수록 경쟁의 무대는 서버실 밖으로 넓어진다.


문제는 속도다. 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한다. GPU와 서버도 생산해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송전선과 변전소는 현장에 지어야 한다. 인허가와 공사를 거쳐야 한다.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도 따져야 한다. AI가 요구하는 전력은 빠르게 늘 수 있다. 이를 받아줄 전력 인프라는 같은 속도로 커지기 어렵다.


AI의 시간과 전력망의 시간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1. 전기는 석유처럼 저장할 수 없다


세계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한다. 그래도 석유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이유는 단순하다. 석유는 상온에서 액체다. 탱크에 저장할 수 있다. 트럭과 기차로 옮길 수 있다. 배에 실어 바다도 건넌다.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전기는 다르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석유처럼 탱크에 넣어 몇 달 뒤 다른 대륙으로 가져가기 어렵다. 멀리 보내려면 송전망이 필요하다. 남는 전기를 나중에 쓰려면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늘면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태양광은 햇빛이 좋은 곳에 설치해야 한다. 풍력은 바람이 좋은 곳이 유리하다. 발전하기 좋은 장소와 전기를 많이 쓰는 장소가 다르다. 먼 곳에서 만든 전기를 도시와 공장, 데이터센터까지 끌고 와야 한다.


시간도 어긋난다. 태양광은 낮에 발전하고 밤에는 멈춘다. 흐린 날에는 발전량이 줄어든다. 배터리가 있지만 저장시간과 비용에는 제약이 있다. 재생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저장장치와 송전망도 함께 늘어야 한다.


그래서 전기 중심 슬롯로의 전환은 단순히 발전원 바꾸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를 만들고, 옮기고, 저장하고,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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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비즈랩] 대표|서울대 언론정보학과+HSE MBA|*저서 [마케팅 리스타트]+[경영일탈]+[그래서 캐주얼]+[숨은혁신찾기]+[사장을 위한 노자]+[주4일 혁명]+[질문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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