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X] 제보자는요?

[방구석5분혁신.초단편소설]

창고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박씨는 그렇게 말했다.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어 본 것이 죄라면 죄라고 했다.


안에는 지난겨울이 남아 있었다. 담요와 쌀자루, 비누와 양초가 천장 가까이 쌓여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귤 삼백 상자가 있었다. 대부분 터져 검은 물을 흘리고 있었다. 북쪽 지구 수해민에게 나눠 줄 구호품이었다.


박씨는 사진을 찍었다.

사흘 뒤 석간신문 1면에 썩은 귤이 실렸다.

「겨울은 끝났는데 구호품은 창고에」


긴급회의가 열렸다. 행정장이 신문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복지과장은 명단 이관 과정의 착오라고 했다. 시설과장은 창고는 복지과 소관이라고 했다. 복지과장은 물품 보관은 시설과 바카라임이라고 했다. 기록담당관 이정우는 회의록에 적었다. ‘구호물품 미배부 경위 확인.’


과장이 그의 어깨 너머로 문장을 보았다. “미배부는 빼죠.” 정우가 고개를 들었다. “안 나눠준 건 맞지 않습니까?” “벌써 결론 내리면 안 되잖아.” 정우는 잠시 있다가 ‘미배부’를 지웠다. ‘구호물품 보관 경위 확인.’


다음 날 박씨가 감찰실에 불려갔다. 우연히 창고를 발견했다던 말은 거짓이었다. 신문사 기자가 먼저 연락해 구호품이 남아 있는지 찾아봐 달라고 했다. 박씨는 사진을 넘기고 얼마간의 돈도 받았다.


다시 회의가 열렸다. “무단출입입니다.” “사진 촬영 허가는 받았답니까?” “돈까지 받았잖아요.” 감찰관이 박씨의 근무기록을 흔들었다. “시설과장과 다툰 적도 있습니다.” 행정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안 됩니다. 전체 맥락을 봐야죠.”


정우는 그 말을 적었다.

"전체 맥락."

그의 앞에 있던 물품 목록 위로 서류가 올라왔다.

무단출입. 거짓 진술. 금품 수수.


며칠 뒤 신문 제목이 바뀌었다.

「구호품 제보자, 조사에서 거짓말」

썩은 귤 사진은 지면 한쪽으로 밀렸다.

박씨의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다. 구호품은 폐기됐다.

정우는 폐기 승인서에 도장을 찍었다.


몇 달 뒤 남쪽 지구 학교에서 학생 서른두 명이 쓰러졌다.

급식실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렸다. 바닥에는 검은 물이 흘러 있었다.


학교 운영위원장은 행정장의 반대편 사람이었다. 같은 회의실에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감찰관이 말했다.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행정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 감찰관이 입을 다물었다. “아이들이 서른 명 넘게 쓰러졌습니다.” 행정장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누가 찍었든 사실이면 사실인 겁니다.” 잠시 뒤 덧붙였다. “맥락이 뭐가 중요합니까. 사실부터 봐야죠.”


정우의 연필이 멈췄다. 행정장이 그를 한번 바라봤다.

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적었다.

"사실부터."


급식업체 대표가 불려왔다. 조리실은 봉쇄됐다. 식재료 반입 기록이 압수됐다. 회의는 첫 번째 회의보다 빨리 끝났다. 정우는 마지막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겨울이 오기 전 새로운 보고서가 올라왔다. 서쪽 지구 노인시설의 난방비 삼천만 원이 장부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세 번째 긴급회의가 열렸다. 행정장이 보고서를 넘기다가 물었다.

“시설장은 어느 쪽 사람이죠?” 이름이 나왔다.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정우는 첫 장을 내려다봤다. 난방비 삼천만 원.

그 아래 빈 회의록이 놓여 있었다.

첫 번째 회의 때 적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전체 맥락".

두 번째 회의 때 적었던 문장도 떠올랐다. "사실부터".


정우는 연필을 들었다. 회의록 제목을 썼다.

「제보 경위 확인」

행정장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우가 먼저 물었다.
“제보자는요?”

ⓒ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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