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인간.대만판 서문]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질문인간' 대만 판권 수출 이후 현지 바카라 작업이 한창입니다. 대만 판 저자 서문, 공유합니다. 표지 디자인도 가닥이 잡혔으니 올 겨울 안에는 아마 세상 빛을 볼 듯 합니다^^.
<모두가 답을 갖게 되는 시대, 무엇으로 차이를 만들어낼 것인가?>
가오슝과 타이난을 여행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음식과 풍광, 두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다시 찾고 싶었던 대만에서 내 바카라이 새로운 언어로 독자를 만나게 됐다는 소식은 그래서 조금 더 특별했다.
지난 30년 가까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케팅과 리더십, 조직문화와 혁신, 일하는 방식과 디지털 전환을 들여다봤다. 최근에는 그 관심이 AI와 인간의 사고로 이어졌다. 다루는 주제는 계속 달라졌지만 그간 붙들어온 질문의 뿌리는 하나였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지금의 방식은 그 목적에 맞는가. 목적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먼저 사용법을 배운다. 인터넷도, 모바일도, AI도 그랬다. 새로운 도구를 먼저 익힌 사람은 한동안 앞서간다. 시간이 지나면 도구는 보편화된다. 그 순간 경쟁의 기준은 도구 바깥으로 이동한다.
지금 한국과 대만의 일터에서도 같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와 기획안, 시장분석과 프레젠테이션, 번역과 콘텐츠 제작까지 AI는 빠르게 일상적인 업무 도구가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사용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이제 그 문턱은 놀라운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 도구와 목적의 구분이다. 도구가 ‘어떻게’를 돕는 수단이라면, 목적은 그 일을 ‘왜’ 하는지, ‘어디로’ 가려는지를 결정한다. AI는 강력한 도구다. 더 빨리 쓰고, 더 많이 찾고, 더 넓게 비교하게 해준다. 하지만 속도가 방향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좋은 도구는 우리를 더 빠르게 잘못된 곳으로 데려간다. AI 시대, 시선의 높이가 중요한 이유다.
눈앞의 과업만 바라보면 “이 보고서를 어떻게 더 빨리 만들까?”를 묻게 된다. 한 걸음 올라서면 “이 보고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가?”를 묻게 된다. 시선을 더 높이면 “우리가 지금 해결하려는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를 묻게 된다.
시선의 높이가 달라지면 질문이 달라진다. 질문이 달라지면 보이는 문제와 선택지가 달라진다. 혁신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AI는 몇 초 만에 자료를 정리하고,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고,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그래서 새로운 역설도 생겼다. 일은 빨라졌는데 생각도 더 깊어졌는가. 결과물은 그럴듯해졌는데 판단도 더 나아졌는가.
누구나 평균 이상의 답을 얻는다면, 답만으로는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답이 평준화될수록 경쟁력의 원천은 답 바깥으로 이동한다.
앞으로의 격차는 누가 AI를 먼저 쓰느냐보다 무엇을 문제로 정의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무엇을 믿고 버리고,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지에서 생길 것이다.
답의 생산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 정의와 가치 판단, 방향의 결정과 결과에 대한 바카라임까지 기계에게 넘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인간의 몫으로 남겨둘 것인가다.
이 바카라에서 소개하는 비판적·창의적·전략적·윤리적·성찰적·통합적 질문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여섯 질문은 AI에게 더 좋은 답을 얻기 위한 프롬프트 기술이 아니다. 전제를 의심하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가능성을 탐색하고,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사고의 렌즈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더 잘하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 아니다. 목적을 세우고, 시선을 높이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판단에 바카라임지는 힘이다. 답이 흔해질수록 깊은 질문은 희소해진다. 정보가 넘칠수록 방향을 정하는 힘은 더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로 대만의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내가 지금 풀고 있는 문제는 정말 풀어야 할 문제인가?” 오래 들여다보면 이 질문은 결국 내 일과 삶의 목적으로 이어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
AI가 아무리 많은 답을 내놓아도 이 질문만큼은 우리 몫이다. 목적을 붙든 사람만이 끝내 도구의 주인으로 남는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