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 AI시대 문해력]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아침에 눈을 뜨면 SNS 댓글부터 살펴. 출근길에는 기사를 훑고, 회사에서는 보고서를 읽고 메일을 쓰지. 회의에서는 의견을 말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의 하루를 들어.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 종일 읽고, 쓰고, 말하며 살아가는 셈이야.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많은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읽고 있는지, 제대로 쓰고 있는지, 제대로 듣고 있는지는 잘 묻지 않잖아.
읽는다는 건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일만은 아니야. 상대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 문장 뒤에 어떤 마음과 사정이 놓여 있는지까지 살피는 일이거든. 같은 말도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했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잖아. 문장을 읽으면 정보만 남아. 맥락까지 읽어야 사람이 보이는 거지.
쓰는 일도 비슷해. 멋있는 표현을 골라 문장을 반짝이게 만드는 게 글쓰기가 아니라고. 쓰기는 머릿속에 엉켜 있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 한 줄씩 세워보는 일이야. 막상 써보면 알게 돼. 분명하다고 믿었던 생각이 사실은 희미했다는 걸. 말할 때는 그럴듯했는데 글로 옮기니 논리에 구멍이 보일 때도 있고. 글은 생각을 꾸미는 화장이라기보다 어디가 흔들리는지 보여주는 엑스레이에 가까워.
소통은 더 어려워. 많은 사람이 소통을 내 말을 잘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절반만 맞는 얘기야.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데서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거든. 상대가 말하는 동안 반박할 문장부터 준비한다면 듣는 게 아니야. 입은 닫혀 있지만 머릿속 확성기는 이미 켜진 셈이지.
같은 말을 해도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말이 있고,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말이 있어. 관계를 좋게 만드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 상대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자기 말을 꺼낼 틈을 내주는 사람이야.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화가 나도 상대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고, 내 말이 어떤 흔적을 남길지 한 번 더 생각하는 태도도 여기서 나와. 결국 사람은 말의 내용만으로 기억되지 않아. 그 말을 건넨 방식으로도 오래 기억돼.
참, 하나만 물어보자. 읽고 쓰고 말한 뒤 실제로 뭔가 달라지고 있나? 바카라을 많이 읽었는데 생각이 그대로라면 읽은 바카라 숫자만 늘어난 거야. 글을 많이 썼는데 자기 확신만 두꺼워졌다고? 그럼 그 글은 세상을 보는 창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둘러싼 벽이야. 대화를 많이 했는데 늘 자기 말만 되풀이했다면 소통이라기보다 일방적인 확성기 방송인 거고.
배움은 얼마나 많이 집어넣었는지로 드러나지 않아. 내 무엇을 고쳤는지에서 보여. 읽기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일이고, 쓰기는 자신을 정리하는 일이야. 소통은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해. 읽고, 쓰고, 말한 뒤 자기 생각과 행동을 다시 고치는 일이야.
제대로 읽으면 시야가 넓어져. 제대로 쓰면 생각이 선명해지고. 제대로 말하고 들으면 관계가 깊어져. 그 과정에서 자신을 고치면 사람이 자라게 되지. 그걸 우리는 성장이라고 불러.
얼마나 많이 읽고 말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읽은 만큼 넓어졌는지, 쓴 만큼 분명해졌는지, 나눈 만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