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시대 - 우리가 모르던 세상의 진짜 얼굴
세상을 움직이는 불편한 진실들〈32〉
약국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이 있다. 약사가 손님에게 말한다. "이건 좋은 약인데 비쌉니다. 저건 싼 약이지만 효과가 떨어져요." 또는 "이 약은 외국에서 만든 신약이라 효과가 다릅니다." 이런 말들이 반복될 때마다 사람들은 의문을 갖지 않는다. 약이 비싸면 효과가 더 좋을 거라는 기대감이 뇌에 자리 잡아 있기 때문이다. 약국 선반에는 수십 개의 감기약이 놓여있다. 모양도 색깔도 다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1,000원짜리 감기약도 있고, 30,000원짜리 감기약도 있다. 그 차이가 정말 약효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것들 때문일까? 의약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거의 거짓에 가깝다.
약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약의 효과는 성분과 용량으로 결정된다. 같은 성분, 같은 용량이면 약의 가격이 얼마든 약효는 동일하다. 이것은 의학 교과서에도, 임상 시험 데이터에도 명확하게 나와있다. 미국 FDA나 유럽의 EMA 같은 규제 기관도 이를 인정한다. 그렇다면 약값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의 약효 때문이 아니다. 다른 것들 때문이다.
약값이 비싼 이유들 - 브랜드 프리미엄
첫 번째 이유는 브랜드의 가치다. 글로벌 제약사의 약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했다. 임상 시험도 매우 엄격하게 진행했다. 그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소비자들이 지불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 약(복제약)이 나온다. 제네릭 약은 같은 성분, 같은 용량인데 가격은 훨씬 싸다. 그리고 약효는 동일하다. 제네릭 약도 같은 규제 기준으로 승인된다. 약사법에서도 원약과 동등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비싼 신약을 선택한다. 왜? 비싼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심리 때문이다. 이것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정적 판단이다. 소위 '럭셔리 효과'다.
실제로 임상 시험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같은 약을 두 그룹에 나눠줄 때, 한 그룹에는 "이건 비싼 새로운 약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른 그룹에는 "이건 싼 기존 약입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싼 약을 받은 그룹의 효과가 더 좋았다. 하지만 약은 같은 약이었다.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개입되었다는 뜻이다. 신경과학자들이 뇌 스캔을 해보니, 비싼 약을 받은 사람의 뇌에서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었다. 사람의 뇌는 믿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비싼 약'이라는 믿음이 실제로 약의 효과를 증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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