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이 청량한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날씨였다. 나는 아내와 함께 기분 좋게 개천가를 산바카라했다. 밤이라 그런지 개천 주변은 유난히 고요했다. 우리 부부 말고는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잔잔한 물소리 사이로 왜가리 한 마리가 개천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왜가리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왜가리는 고고한 자태로 지그시 물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가리의 눈빛은 맹렬했다. 긴 다리로 몸을 지탱한 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는 묘한 품위가 배어 있었다. 움직임은 느긋했고,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먹잇감을 발견하는 순간에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오래 이어진 정적과 찰나의 움직임이 한 생명 안에 함께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놓치기 싫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왜가리의 깃털과 긴 다리, 물속을 응시하는 눈빛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의 감탄은 서서히 경외감으로 바뀌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저 생명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어느 순간에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이 왜가리는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듯했다. 반면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헤매곤 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보면서 왠지 모를 경외감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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