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는 바카라을 읽다가 문득 손을 멈추었습니다. 창밖은 조용했고, 펼쳐진 바카라 위로 희미한 빛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문장을 따라가던 시선은 어느 순간 글자에서 멀어졌습니다. 질문 하나가 마음속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영상과 AI로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바카라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카라부터 찾았습니다. 바카라을 펼치는 일은 작은 여행을 시작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 낯선 길을 걸었고, 때로는 길을 잃었으며, 몇 장을 넘긴 뒤에야 겨우 하나의 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AI에게 묻습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답이 돌아옵니다. 어려운 철학도 쉽게 설명해 주고, 수백 쪽짜리 바카라도 짧은 문장 몇 개로 정리해 줍니다.
저는 그 편리함 앞에서 가끔은 허탈함을 느낍니다. 오랫동안 바카라을 읽으며 어렵게 얻었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바카라은 이제 역할을 다한 것일까요? 그저 역사 속 오래된 도구가 되어 버린 것일까요?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바카라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그저 많이 아는 사람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바카라을 통해 ‘부와 풍요’를 이루고 싶은 야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카라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열심히 밑줄을 그었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작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한 권의 바카라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었고,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독서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의 이름도, 바카라의 내용과 논리도, 그 안에 담겨 있던 수많은 지식도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는 읽은 바카라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바카라을 읽으며 얻은 지혜와 개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편의 형태로 조금씩 우리 안에 남을 수 있습니다.
바카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선택과 실패, 성공과 후회, 철학과 지혜가 판단의 재료로 쌓입니다. 당장은 그것들이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찾아오면, 이전에 바카라을 읽으며 쌓았던 생각과 간접 경험이 지금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무슨 사업을 시작할 것인지,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 것인지, 지금은 기다려야 할지 움직여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는 매번 바카라의 한 구절을 정확하게 떠올리며 결정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독서를 통해 다듬어진 생각의 틀은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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