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왔는데 주차할 곳이 없었다

왕복 5킬로미터를 오가며 배운 주차의 중요성

by글토닥


부푼 마음을 안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했다. 낯선 곳에서 시작할 생활이 기대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내 일상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적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주차였다.



여러 번 주차 신고를 당했다. 차를 다른 곳에 세워야 했지만, 주변에는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내가 살 집은 구했는데, 정작 내 차가 머물 곳은 없었다. 집을 얻으면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어느 정도 갖춰질 줄 알았는데, 주차는 따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결국 주차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왕복 5킬로미터를 오가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자리가 없으니 먼 거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 같았다. 주차 하나 때문에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까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의 나는 주차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왕복 5킬로미터, 분명 조금 멀기는 해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거리를 매일 감당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느끼는 부담은 커져갔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 비가 오는 날, 너무 추운 날, 더운 날, 밤늦게 주차를 해야 하는 날은 곤혹스러웠다. 몇 개월이 지나자 일상이 점차 무너져 갔다. 주차에 드는 시간과 힘은 어디선가 따로 생기지 않았다. 내가 보낼 하루에서 조금씩 희생되어 갔다. 싫든 좋든 왕복 5킬로 미트를 오가야 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이 불편을 감당해야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한 번 애쓰고 나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를 이용하는 생활이 이어지는 한 주차 문제도 따라왔다. 처음에는 조금만 견디면 될 것처럼 받아들였지만, 기약 없이 반복되는 불편 앞에서는 그 마음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분명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 마음 덕분에 견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마음을 바꾼다고 실제 생활에서 불편함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사 온 지 1년 만에 운 좋게 주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마침내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그곳을 이용하며 한 달을 보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상생활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주차 문제가 해결되자,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집이 넓어진 것도, 집 안의 인테리어도 바뀐 것도 아니었다. 같은 집에서 같은 생활을 하는데 주차할 자리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전까지 나는 주차를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로 여겼다. 주차는 집이 마음에 들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간의 고통을 통해 주차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시간뿐만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다.



차를 멀리 세우는 동안 내가 내놓은 것은 이동 시간만이 아니었다. 그만큼 기회를 잃었고, 다른 일에 쓸 힘도 줄었다. 주차에 필요한 수고를 먼저 감당하고 나서야 남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가 아니어서 가볍게 여겼지만, 그 대가는 일상 곳곳에서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주차 문제가 사라지자 비로소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감수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어떤 집에서는 주차가 너무 당연해서 중요성을 따질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반면 어떤 집에서는 하루를 버티는 일과 맞닿은 절실한 문제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편의에 불과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일 수 있다. 나는 주차할 곳이 없는 집에서 1년 살며 그 차이를 온몸으로 배웠다.


다시 이사 갈 집을 고른다면 반드시 주차부터 확인할 것이다. 당연히 집 안의 상태도 중요하다. 하지만 주차 여부를 먼저 따져볼 것이다. 아무리 집이 마음에 들어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일상이 날마다 버겁다면, 그 만족을 오래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주차가 편한 아파트에 더 많은 값을 치르려는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다. 적어도 내게 주차의 편리함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장점이 아니다. 삶의 필수 조건이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그 가치가 이제는 선명하다.



누군가에게는 주차 대신 긴 출퇴근길이나 밤마다 들리는 소음이 그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그 정도쯤이야 하고 넘겨도, 매일 겪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나 역시 직접 겪기 전에는 주차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차 하나가 일상의 형태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주차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가끔 누리는 큰 만족도 좋지만, 매일의 작은 고통과 수고를 더는 것도 중요하다. 고통을 줄이는 일 역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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